(기자의 눈)유통업계, 국민의 국감은 계속돼야 한다

입력 : 2013-11-05 오전 10:07:07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유통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불공정행위가 올해 유독 불거져 나와 대한민국 사회를 들끓게 하면서, 해당 기업의 경영인들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한 이번 국정감사는 여느때보다 각계각층의 주목을 받았다.
 
국감 시작 전부터 증인 출석 여부가 화제가 됐고,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이중 가장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던 인물은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이었다. 앞선 허인철 이마트(139480) 대표의 답변이 불성실했다고 판단한  의원들이 출석을 요구한데 응한 것인데, 과연 그가 어떤 발언을 할지가 유통업계에선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마트가 운영 중인 상품공급점은 중소상인에 피해를 준다는 지적과 함께 이른바 '변종 SSM(기업형 슈퍼마켓)'이란 별칭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허 대표의 증인 출석과 관련해 먼저 사과한 이후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품공급점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상품공급점을 철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고, 신세계그룹은 바로 "간판이나 유니폼 지원 등의 중단일 뿐 상품공급 사업은 유지하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역시 의원들의 호된 질타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야 했던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는  이틀에 걸쳐 각각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에 출석하며 관심의 대상이 됐었다.
 
도 대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상품권 강매, 판매 홍보비 전가, 식품 이물질 혼입 등 의원들의 질문에 "확인하겠다", "철저하게 관리하겠다" 등의 짧은 대답을 남겼다.
 
다만 그는 미국 강연에서 밝힌 "국내 점포 5000개 목표"란 내용의 진의를 묻는 말에 "사업의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한 것"이란 답변으로 애써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신헌 롯데백화점 대표,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 등 롯데 계열 관계자도 피해사례 문제 해결, 중소상인과의 상생 등에 주저 없이 나서겠다고 답변했다.
 
밀어내기, 대리점 쪼개기 등으로 또다시 '갑을 논쟁'을 불러일으킨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손영철 대표는 두 차례의 증인 출석에서 허리를 굽혀 국민께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은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식의 답변을 하기까지 상임위 회의실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고행(?)을 감내해야만 했다. 몇시간을 대기해 쫓기듯 짧게 몇마디 하고 나니 하루의 고행이 싱겁게 끝나버렸다.
 
이 때문에 증인 출석 대비 비효율적인 국감, 기업인들에게 호통만 치는 국감이란 비판적 시각도 있다. 기대했던 것 만큼 날카로운 질문도 나오지 않았고, 대안도 제시되지 않은채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당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단 몇분의 증인 출석이라도 그 의미는 크다. 더한 강제도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수없이 접할 수 있었던 대리점, 입점업체, 중소상인의 호소에도 결국 국감장까지 나와 수시간을 대기하고 억지로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을 만든 것은 바로 증인들의 책임이다.
 
비록 호통이라는 손가락을 받았지만 최소한 불공정행위로 지탄을 받았던 유통업체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는 매서웠고, 경제민주화, 상생, 동반성장 등의 키워드에 관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공정한 거래에 대한 감시는 국감 시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 정치권, 시민단체는 물론 전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에 앞서 업계 스스로 공정성을 추구하고 진심으로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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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