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정원 댓글의혹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의 내분사태에 대한 대검찰청 감찰결과에 대해 '부실감찰'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검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11일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현 여주지청장)과 박형철 부팀장(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에 대해 지시불이행 등의 비위행위를 인정 각각 정직과 감봉의 징계처분을 법무부에 청구했다고 발표했다.
또 부당지시 등의 비위행위로 감찰을 받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 대해서는 비위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혐의 종결했다.
서울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전후해 윤 전 팀장의 '사전보고 누락'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방해'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달 22일 길태기 검찰총장의 직무대행이 특별감찰을 지시한 지 20일만이다.
감찰본부는 이 기간 동안 네 명을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원칙으로 감찰을 진행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화로 진위여부를 확인했다.
감찰본부 측은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각 1회씩 서면조사를 실시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 사안인 '수사상 외압'이 있었는지를 두고 조 지검장과 윤 전 팀장의 주장이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는 이상 최소한 소환이나 한 차례 이상의 대질 조사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호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이 11일 대검 브리핑룸에서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 관련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조승희 기자)
윤 전 팀장은 지난 15일 밤 박 부팀장과 함께 조 지검장 자택으로 찾아가 국정원 SNS 댓글사건 수사상황을 보고하고 압수수색과 체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지검장이 "야당 도와 줄 일 있나"며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이 윤 전 팀장과 박 부팀장의 주장이다. 조 지검장은 윤 전 팀장이 국감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하자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감찰본부는 조사결과 "당사자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며 "어느 한 쪽 진술이 맞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또 서면만 보고 결론을 낸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상황이 실제 조사를 한다고 해도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는 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감찰위원회의 권고 의견을 두고도 절차적 정당성 등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감찰본부측에 따르면 감찰위원회는 지난 8일 2시간30분여 동안 논의를 했지만 최종 의결을 내지 못했다.
감찰위 관계자들 전언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윤 전 팀장과 박 부팀장의 징계 의견이 과반수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조 지검장과 이 차장 역시 지휘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감찰위원회 운영규정 2조(위원회의 권한과 임무)는 '위원회는 주요 감찰사건의 조사결과 및 징계청구 등의 조치에 관한 사항을 심의해 그 결과를 검찰총장에게 제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권고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과거의 예를 봐도 감찰위원회가 의견을 모아 징계할지를 결론을 내 검찰총장에게 권고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권고이기 때문에 검찰총장이 기속되지는 않지만 통상 감찰위의 권고를 수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을 수사해 온 중견간부급 검사들을 중징계하는 사안을 두고 감찰위가 결론을 내지 않은 상황에서 과반수가 넘는 의견이 나왔다고 해서 서둘러 징계를 결정한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감찰본부측은 "다수의 의견이 징계로 나왔고 그 것을 검토해서 길 총장직무대행이 징계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권고'가 아닌 감찰위의 결정 이전 상태의 의견을 길 총장직무총장 대행이 취합해 결정한 셈이 된다. 절차적인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가중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검의 한 관계자는 "길 직무대행이 소수 의견까지를 모두 취합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규정의 해석상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과반수 의견이 나왔기 때문에 정상적인 '권고'로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감찰결과 발표 시기를 두고도 여러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사외압 의혹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설익은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발표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김 후보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서두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감찰본부측은 이에 대해 "이번 감찰 건은 '수사외압'이 아닌 보고 누락 등의 지시불이행과 지휘책임이었다"며 발표시기에 대한 여러 의혹제기를 일축했다.
감찰 결과의 형평성을 두고도 일방적으로 치우친 결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윤 전 팀장과 박 부팀장이 지시를 불이행했더라도 조 지검장이 명확하게 시점과 절차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점과 이 차장이 지휘라인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황에서 직속 부하들의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지휘책임 내지는 근무태만으로 볼 여지가 있는 만큼 책임을 물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조 지검장은 이날 감찰결과가 발표되자 "지휘하고 함께 일하던 후배 검사들이 징계처분을 받는 상황에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해하는 모습으로 남아 있을 수 없기에 이 사건 지휘와 조직기강에 대한 모든 책임을 안고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