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 체결문제와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가 공청회를 열었으면서도 농민과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운동 시민단체의 공청회 출입을 막아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는 서울 강남구의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 등 정부 관계자와 무역협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무역 관련기관,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등 통상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TPP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는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통상절차법)'에 따라 본격적인 통상정책 추진 전 관련 전문가와 국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TPP 추진과 관련해서는 최초로 열린 공청회다.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공청회'에서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개회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그러나 이번 회의는 정부 입장에 찬성하는 사람만 모인 반쪽 행사로 그쳤다는 지적이다. 공청회의 발표자와 토론자 대부분이 TPP에 찬성하는 데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계 인사는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발표를 맡은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과 김정수 한국경제연구원 전문위원,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를 비롯 토론자인 안충영 교수,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박천일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한홍렬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임정빈 교수 등은 협상 시기와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지만 대부분 TPP에 찬성했다.
이에 이날 유일하게 TPP 반대 목소리를 낸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공청회를 한다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의견을 내고 그걸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 자리를 보면 이해관계자는 없고 전체적 인원 구성도 한쪽으로 치우쳤다"고 지적했다.
반쪽 공청회는 시작부터 시끄러웠다. 공청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한-중 FTA중단 농수축산비상대책위원회와 FTA대응범국민대책위원회 등 TPP 반대단체들은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졸속 공청회를 비난했다.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공청회' 시작 전 한-중 FTA중단 농수축산비상대책위원회와 FTA대응범국민대책위원회 등 TPP 반대단체들이 공청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스토마토)
이들은 "정부가 국민에 알리지도 않고 진행하는 끼워맞추기식 요식행위 공청회를 반대한다"며 "미국과 일본 등이 요구하는 대로 시장을 다 내주는 TPP 참여는 국내 농업에는 사망선고이며 제조업에도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TPP 체결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이 공청회장으로 진입해 시위를 벌이고 토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회의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정부는 한-미 FTA를 맺을 때도 일자리 증가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늘었냐"며 "TPP는 농민들 죽으라는 것이고 TPP에 찬성하는 자들은 자본의 앞잡이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공청회장에 경찰과 경비업체 직원을 배치해 농민의 출입을 막으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국농민총연맹 관계자는 "우리도 공청회 참석을 신청했고 참석자 명찰까지 나왔는데 왜 출입을 막느냐"며 "농민을 막으라는 것 누구의 지시냐"고 따졌다.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공청회' 중 회의장으로 진입해 TPP 반대 시위를 벌인 시민단체 관계자(파란색 옷)가 경비업체 직원에 의해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토론자로 참석한 이해영 교수는 토론 시작 전 "경비업체와 경찰이 보호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회의가 무슨 공청회냐"며 "이 사람들을 몰아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공청회의 기본 취지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모든 FTA는 대외협상이자 국내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대내협상인데 지금 우리나라는 대내협상도 제대로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 내용을 검토한 후 2차 공청회 일정을 잡을 예정"이라며 "첫 공청회라서 준비가 부족했고 방청을 원하는 모든 참석자를 다 입장시키지 못했다"고 답변했지만 경찰과 경비업체를 배치한 점에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