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A씨는 B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로 1억원을 대출받아 월 60만원 정도의 이자를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자녀 학자금 마련 때문에 이자를 연체한 후 기한의 이익 상실 통지를 받아 황급히 이자 자금을 마련했지만 10일 정도 소요돼 기한의 이익이 상실됐다. A씨는 이후 지연배상금 27만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했다.
#C기업은 D은행으로부터 공장시설을 담보로 5억원을 대출받았지만 은행은 방화로 일부 시설이 파손되자 5000만원 상당의 추가담보를 요구했다. 은행은 추가담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대출 회수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해 C기업은 황급히 추가담보를 마련해야 했다.
앞으로 은행 때문에 담보와 연체부담 압박에 시달리는 일부 금융소비자의 숨통이 약간 트일 것으로 보인다. 우월한 협상력을 가진 은행이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줬던 은행의 여신 약관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이용자의 연체와 담보 부담을 줄이는 내용의 은행 여신약관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먼저 대출고객의 부담을 크게 만들었던 '기한의 이익 상실'에 대한 제도개선을 마련했다.
기한의 이익 상실은 이자를 상환하지 않고 일정기간이 경과하는 등 특정 사유가 발생한 때 대출고객이 만기까지 대출전액을 갚지 않아도 되는 이익이 상실되는 상황을 말한다.
즉 기한의 이익이 상실된 이후에는 대출 고객이 만기 전이라도 대출잔액을 모두 변제할 의무가 생기는 것.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 전체의 연간 기한의 이익 상실 건수는 약 170만 건으로 추정된다.
대출부담을 겪고 사는 금융소비자들은 기한의 이익 상실 전까지는 약정일에 미납부한 금액에 대해서만 지연배상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기한의 이익 상실 후에는 대출잔액 전체에 대해 지연배상금이 부과돼 대출고객의 부담이 급증한 실정이다.
특히 기한의 이익 상실 시기가 외국보다 빨라 대출고객이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뿐더러 충분히 대응할 여유가 없어 지연배상금이 증가하는 문제가 큰 상황이다.
이에 금융위는 연체 후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는 기간을 기존 1개월에서 2개월로 연장하기로로 했다.
또 사전에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는 사실을 통지하는 기간도 기존 3영업일에서 7영업일로 늘리도록 했다.
이와함께 채무자의 신용악화, 담보 가치 감소 등으로 추가로 담보 제공을 요구하던 관행도 강화된다.
현재 특정사유가 발생하면 은행은 채무자에게 담보를 추가 제공하거나 추가 보증인을 세울 것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채무자가 은행의 담보물보충청구에 응하지 않아 서면으로 독촉하고, 통지일로부터 10일 이상 경과하면 채무자는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으로는 채무자 또는 보증인의 책임있는 사유로 신용악화나 담보 가치 감소가 현저할 경우에만 은행의 추가 담보제공 요구가 가능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대출고객의 귀책사유와 상관없이 담보가치가 하락했다는 이유로 대출고객이 담보가치 하락분을 보전토록 하는 관행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이병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그동안 한국소비자원 등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기한의 이익 상실 등 은행에 유리한 여신약관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금융거래에 기본이 되는 여신 약관이 일방적으로 은행 이익에 유리했던 만큼 개선 방안이 원할히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병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이 은행 여신약관 개선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하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