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지상파 방송사들의 탐욕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재정 상황이 악화되자 ‘지상파 위기론’을 무기로 정부에 수신료 인상과 주파수 할당,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를 이어가는 한편 주문형 비디오(VOD) 홀드백 연장과 재전송료 요구 등 유료방송업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상파 방송사가 정부에 목소리를 낼 때는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조하면서도 VOD나 N스크린 등 유료 사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앞에서는 무료보편 서비스의 중요성을 논하면서 뒤에서는 콘텐츠 수익을 극대화 하려는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는 얘기다.
(사진=조아름기자)
30일 방송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700Mhz 주파수의 방송용 할당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가 공동으로 '국민행복 700플랜'을 통해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밝힌 데 이어 지난 28일 MBC는 이와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지상파 관계자들은 “공공재인 주파수는 공공적, 공익적 매체인 방송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폈다. 방송산업의 ‘최후의 보루’인 지상파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골자다.
같은 논리로 지상파 방송사는 중간광고의 허용도 요구하고 있다. 또 방송 수신료 인상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 케이블PP와 종합편성채널이 성장하면서 지상파의 광고 매출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들은 적자가 심화되는 등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광고 매출의 감소는 시장 둔화로 인한 것으로 지상파 방송사들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또 광고 점유율 측면에서도 지상파와 지상파 계열 PP들이 여전히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지상파가 앓는 소리를 하면 정부가 다 들어주려는 게 문제"라며 "방송 시장 자체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독과점을 상실한 지상파 방송사들이 안달을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사들은 콘텐츠 파워를 앞세워 유료방송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상파 프로그램 VOD는 지난 8월부터 홀드백(Hold-back: 유료 콘텐츠가 무료로 전환되는 기간)이 2주에서 3주로 늘어났다. 당시 지상파 방송3사는 "기존 제도가 콘텐츠 무료 소비에 대한 기대감을 확산시켜 콘텐츠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판단에 유료방송사업자와 합의를 거쳐 무료시청 가능 시점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며 "단기적인 혜택 축소로 시청자의 거부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나 저작물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소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더는 미루기 힘든 불가피한 정책 변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료방송 가입자에 대한 고려 없이 사업자들이 일방적으로 VOD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사업자 사이의 합의로 서비스를 변경하는 것은 모든 문제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겠다는 것"이라며 "가입자와 서비스 제공 사업자 간의 신뢰관계가 깨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지상파 방송사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에 이어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도 재전송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가 전국 12개 개별 SO에 재전송료 협상을 공식 요구했으며 KBS와 SBS도 곧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MSO들은 가입자당 280원을 재전송료로 지급하고 있다. 약 6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12개 SO들이 같은 수준의 재전송료를 낼 경우 연각 60억원에 이른다. 경영 사정이 역악한 개별 SO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다른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지상파가 공익성, 공공성을 무기로 이런 저런 지원을 다 받으려고 하면서도 돈이 나올수 있는 쪽은 다 옥죄고 있다"며 "지상파 DMB가 N스크린 서비스 등으로 힘들다고 하소연 하면서 pooq이라는 유료 플랫폼을 만들어 직접 N스크린 서비스에 나서는 식"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