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공식 표명한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 간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TPP 참여국 중 가장 경제규모가 큰 미국과는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지만 일본과는 아직 FTA를 맺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과 무역관계가 TPP 참여 득실을 결정지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일 FTA는 지난해 6월 이후 협상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이 관계자는 "애초 한-일 FTA는 참여정부 때 2005년 중으로 타결하기로 했지만 일본의 농산물 개방을 머뭇거려 협상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한-일 FTA가 교착상태에 빠진 사이 우리나라는 TPP 참여국 중 미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페루, 싱가포르 등과 FTA를 맺었고 베트남, 캐나다, 호주 등과는 협상을 계속 진행 중이다. TPP 주요 참여국 중 일본과만 개별 FTA를 맺지 않은 셈.
이에 우리나라가 역내 관세 완전철폐를 외치는 TPP에 정식으로 가입하면 한-일 FTA를 맺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2007년 이후 최근 5년간 우리나라와 일본 간 무역수지(자료=산업통상자원부)
그러나 일본과의 무역관계에 대해서는 장밋빛 전망보다 어두운 관측이 더 많다. 우선 소재·부품, 기계,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의 기술·가격 경쟁력이 일본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관세철폐 효과를 타고 당장 일본산 제품의 수입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일본은 국내 수입차 3위 국가인데 현행 8%인 수입 자동차 관세가 철폐되면 일본산 수입차는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일본은 수입차에 무관세를 적용하기 때문에 국산 자동차의 對일 수출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재·부품과 기계 산업 등에서도 일본산 제품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에서 세계 1위를 달리는 전자와 가전 산업은 걱정이 덜하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으로의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전년보다 18% 정도 늘었고 올해 상반기 기준 가전제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증가했다"며 "앞으로 이 분야의 對일 수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철강 산업과 농업 분야는 전망이 엇갈린다. 일본산 자동차의 국내 잠식에 따라 철강 산업도 영향을 받겠지만 가전 산업의 수출 증대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농업 역시 TPP 참여국 전체에서는 농산물 수입 피해가 예상되면 對일 수출은 할 만하다는 반응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한-일 FTA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은 우리나라가 농업 분야를 FTA 대상에 추가하자고 요청했지만 일본이 농산물 개방을 반대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일본산 농산물 가공식품 수입에는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TPP는 단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 손해일 수 있어도 길게 보면 역내 시장이 커져 우리에게 이득"이라며 "일본과는 농업 등 민감품목이 겹치고 전자, 가전, 자동차 등에서 경쟁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손실과 이득을 잘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07년부터 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의 對일 무역수지는 계속 적자"라며 "관세가 유지되는 데도 적자인데 TPP 체결로 관세가 완전히 사라지고서도 무역흑자로 돌아선다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역내 시장확대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긍정적 효과만 부각할 게 아니라 TPP 가입 후 일어날 불이익을 잘 판단해서 국내 산업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방침은 협상 조건을 최대한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든다는 것"이라며 "일본과 동등한 경쟁기반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가 TPP 참여의사를 밝힌 후 일본 언론도 한-일 관계에 관심을 가지며 손익 따지기에 나섰다.
일본 언론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일본이 얻는 이익은 한국 측 이득보다 클 것이고 자동차와 전자, 철강 등에서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해 우리 측 분석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