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엔·달러 환율이 전일 장 중 103엔까지 오르면서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견고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최근 엔화 약세가 코스피의 추세를 변화시킬 만한 중대 변수는 아니라는 것이 증권가의 중론이다.
4일 증권가는 엔화 약세가 향후 코스피 지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업종별로는 엔화 약세 지속에 따른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로 수혜나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을 선별하라는 전략도 제시됐다. 한편 간밤 뉴욕 증시에서 3대 지수는 테이퍼링 우려가 부각된 가운데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대신증권-12월 효과와 중국 춘절 모멘텀이 반영될 코스피
블랙프라이데이의 매출이 2년 연속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코스피도 이달 들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소비 부진과 가파른 엔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투자 심리가 빠르게 위축됐고, 이는 수급 상황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펀더멘털 모멘텀이 견조하고, 추가적 엔화 약세 흐름이 제한적임을 감안할 때 이번 부진은 주식 비중 확대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소비 확대 기대감이 미국에 이어 중국의 춘절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회복 기조 속에 펀더멘털 모멘텀의 계절성은 강화될 수 있다. 수급 부담이 덜어진 가운데 국내외 수급 모멘텀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올해 중국의 춘절이 1월말이므로 앞당겨진 춘절 수요가 힘을 실어줄 것이다. 철강, 조선, 운송업종이 춘절 기간 동안 코스피를 아웃퍼폼한 확률이 70%를 상회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투자증권-다시 고개드는 출구전략 우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코스피가 사흘 연속 하락하고 있다. 기대와 달리 부진한 미국 소비시즌 판매 실적에 대한 실망과 함께 제조업 지표의 호조로 연준이 연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계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11월 ISM제조업지수는 지난 2011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 이슈는 이미 노출된 악재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코스피 2000선에서의 하방 경직성을 기대해볼 만하다. 다만 업종과 종목별 대응에 있어서는 정부가 지난 11월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공식적으로 관심을 표명한 점이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음을 감안해야한다. 이에 따라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운수장비 업종이 사실상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TPP 참여로 인해 국내로 수입되는 일본차 관세가 폐지될 경우 자동차 업종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감이 엔화 약세와 맞물려 주가 하락세로 표출되고 있는 모습이다.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 수출하는 석유화학, 철강, 그리고 섬유와 전기전자 업종은 중립 내지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와 농수축산업 업종의 센티먼트는 약화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KDB대우증권-엔화 약세 가속화
엔화 약세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어제 장 중 엔·달러 환율이 연 중 고점인 103.23엔을 상회했다. 최근 엔화 변동은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 이같은 엔화 약세는 한국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변수다. 엔화 약세의 위협은 지속적으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엔화 약세가 지속된다고 해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수출 회복 속도를 보면 엔화 약세가 일본 수출을 부양하는 힘이 산업 공동화의 영향으로 지난 2000년대 초반보다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또 엔화 약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교역량 증가가 상쇄할 것으로 추정된다. 추세적으로는 환율보다 물량 회복이 더 중요한 변수일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 살아있다. 따라서 엔화 약세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과민한 반응이 추세적 변수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