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기우가 아니었다. 지난 4일 한국도로공사의 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으로 '친박계 중진' 김학송(65) 전 의원을 내정됐다.
김 전 의원은 일찌감치 사장으로 낙점받은 것으로 알려져 '낙하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총선 당시 '친박 배제' 여론에 따라 공천에서 탈락된 바 있다. 때문에 당시 희생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이번 낙하산 인사의 주인공이 될 것이란 예측과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은 1차 공모에 지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임원추천위원회 후보안을 반려했다. 이후 임추위는 김 전 의원을 포함해 기관장 후보 명단을 다시 제출해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짐했던 전문성을 지난 인물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인물이 사장으로 내정되면서 도로공사는 지난 1969년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내부 승진 사장이 나오지 않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에 대한 일반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낙하산 인사 근절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공기업에 전문성 없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은데 잘못된 일"이라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선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박 대통령의 말에 진정성이 담겼던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김 전 의원은 물론 친박 핵심인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5일 한국마사회 회장에 취임했다. 또한 지난 10월 경기 화성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후보 자리를 양보했던 김성회 전 의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참사의 책임자인 김석기 전 청장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현재 공기업 부채만 500조원을 넘고, 도로공사 한 곳의 부채만 26조원에 이른다. 공기업의 변화와 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시대에 역행하는 인사를 하고 있다.
물론 인사라는게 어느 한쪽의 논리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대통령의 철석 같은 약속이었던 바도 전문성이 근본이 돼야 한다.
인사가 곧 만사다. 객관적이고 능력 있는 인물 선발에 정부가 더 세심하게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예산 낭비를 발본색원 하겠다던 대통령, 한술 더 떠 "공기업의 파티는 끝났다"는 원색적인 발언을 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하지만 그들의 공기업 낙하산 인사 파티는 아직도 불야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