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은기자] 미국 경제가 지난 3분기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이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경제지표가 개선세를 보이는 가운데 GDP까지 호조를 보이자 2주 앞으로 다가온 12월 연준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결정이 내려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항목별로 따져보면 수요 둔화와 막대한 재고 증가가 포착되고 있는데다 경제 회복을 운운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기 때문에 내년 3월까지는 테이퍼링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우세한 상황이다.
◇3분기 GDP 연율 3.6% 증가..1998년 이후 가장 빠른 확장세
상무부가 5일(현지시간) 발표한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수정치는 연율 3.6% 증가세를 보이며 1년 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전망치였던 3.2%는 물론 지난달 7일 발표된 잠정치(2.8%)보다 0.8%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실질 GDP 변화추이(출처=블룸버그)
지난 2003~2004년 사이 4~6%에 달하던 GDP 실질성장률은 점점 하락추세를 이어가다 지난 2008년 3분기를 기점으로 마이너스(-)권에 진입했다. 2010년 1분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2011년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특히 올 2월에는 0.1% 성장에 그쳐 우려를 낳은 바 있다.
미국은 GDP 성장률을 세번(잠정치, 수정치, 확정치)에 걸쳐서 측정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것은 두번째인 수정치로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보다 더 정확한 지표를 바탕으로 측정된다.
3분기 GDP가 예상을 뛰어넘으며 1998년 초 이후 가장 빠르게 확장세를 보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GDP 구성항목 비교(출처=미 상무부)
미 상무부는 GDP의 증가세의 일등공신으로 ‘재고투자’를 꼽았다. 재고투자가 GDP에 기여한 비율은 1분기 0.93%, 2분기 0.41%였지만 3분기 1.68%로 크게 늘었다. 1분기와 비교해 보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달러로 환산해보면 증가세가 더 쉽게 드러난다.
3분기 재고투자는 연율 1165억달러 증가했다. 잠정치 때 보여준 860억달러를 큰 폭으로 상회한 것이다. 지난 2분기 566억달러 증가세와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늘었고 1998년 1분기 이후 최고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조셉 라보르그나 도이치뱅크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매출과 주문을 감안해 재고를 늘리는 경향이 있는데다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제조업자들의 분위기도 좋다”며 “재고가 이번 분기 성장률을 이끌었다는 점을 들며 GDP 거품론을 제시하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4분기 경제성장률 후퇴할 것..‘낙관은 이르다’
재고의 빠른 증가는 곧 내수의 둔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경기 확장세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함 반드홀츠 유니크레딧 이코노미스트는 “회사들이 더 많은 수요량을 예측했지만 수요가 여기에 미치지 못했다는 증거”라면서 “2~3분기 소비의 둔화로 기업들이 원치않는 재고를 쌓았다”고 지적했다.
밀란 멀레인 TD증권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GDP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항목별로 따졌을 때 내수는 부진했다”며 “막대한 재고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4분기 성장률은 둔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와 BNP 파리바는 ‘재고’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4분기 GDP의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고 전망하며 1.5%를 예상했던 올 4분기 GDP 성장률 예측치를 각각 1%, 0.7%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개인소비(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가 반토막 난 것도 우려다. 미국 소비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섣부른 경기 회복론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소비는 지난 1분기 2.3%, 2분기 1.1% 늘어난 데 이어 3분기 1.4% 증가에 그쳤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기록인 1.7%와 비교해도 줄어든 수치이며 2009년 4분기 0% 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여기에 지난 10월16일간의 정부 폐쇄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이 4분기 GDP에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제이슨 퍼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은 지난 달 “10월 정부 폐쇄가 4분기 GDP 성장률을 0.2~0.6% 정도 낮출 것”이라고 경고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분기에 이어 내년 1분기 성장률 전망치까지 3.3%에서 2.8%로 낮추기도 했다.
◇ ‘12월 테이퍼링 가능’ vs '내년 3월은 되야‘
3분기 GDP가 큰 틀에서 확장세를 보인데 따라 오는 17일과 18일 사이에 열리는 연준 회의에서 테이퍼링이 시행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12월 연준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에 대해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면서 "최근 경제 회복 속도를 보면 양적완화 축소를 고려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실물 경기가 아직 차갑고 부채 상한 문제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돈 톰슨 맥도날드 CEO는 “실업률이 아직 높은 수준이고 소매업체들은 아직도 작은 파이를 나눠먹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행한다면 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브스지는 “부채 한도 상한문제를 놓고 내년 1월과 2월 또 한 차례 정치적 공방이 예상되며 이는 연준도 우려하고 있는 이슈"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테이퍼링은 힘들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내년 3월이 가장 유력한 시기라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다음날 발표될 11월 고용보고서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 의장이 직접 “노동시장의 뚜렷한 개선이 있을 때까지는 자산매입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는 등 테이퍼링의 기준이 상당 부분 ‘노동시장’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20일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12월 테이퍼링은 협상 테이블 위에 놓여있고 경제지표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특히 고용지표에 달려있다”고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존 브릭스 RBS 스트래지스트는 12월에 테이퍼링이 시행될 가능성은 30% 정도“라며 ”고용보고서가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12월 테이퍼링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