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교수에 2억6천만원 주고 입학한 한예종 학생 제적 적법"

레슨 받은 뒤 입시평가위원으로 참가..최고점수 줘 합격시켜
뇌물주고 합격한 학생가운데 입학 취소된 사람 11명 중 1명뿐

입력 : 2013-12-07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국공립학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재학생이 이 학교 교수에게 레슨을 받고 금품을 건넨 뒤 합격한 사실이 드러나 입학이 취소돼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6부(재판장 함상훈)는 A씨가 한예종을 상대로 낸 입학허가취소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예술 분야의 시험은 평가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특성이 매우 강하다"며 "원고에게 레슨을 해 준 교수가 시험에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입학시험의 공정성을 해한 부정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부정한 행위로 다른 학생이 불합격할 결과를 초래하고, 대학 입시의 공정을 훼손했으며, 성실하게 대학 입시를 준비한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상실감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에게서 레슨을 받고 합격한 학생중 입학이 취소된 경우는 없으나, 이는 금품을 건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이러한 이유로 다른 학생과의 형평성을 주장하는 것은 '불법에 있어서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예종에서 기악을 전공하는 A씨는 2011학년도 입학시험에서 부정을 저지른 이유로 지난 3월 입학허가 취소 통보를 받았다. A씨는 2010년 6개월 동안 한예종 이모 교수로부터 레슨을 받았는데, 이 교수가 A씨의 입학 실기시험 당일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했고, 이를 대가로 현금 1000만원을 A씨의 부모로부터 받았다.
 
합격이 결정된 후에 이 교수는 A씨 부모에게 자신이 보유한 악기를 넘기는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 돈에는 A씨를 합격시킨 추가적인 대가가 포함됐다.
 
이들 사이에 금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 이 교수는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의 부모도 뇌물공여죄로 기소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학교 측은 이를 근거로 A씨의 입학을 취소했다. 그러나 A씨는 사제지간으로 지낼 이 교수와의 관계를 고려해 1000만원을 건넨 것이고 이 교수에게 레슨을 받은 뒤 합격해 입학한 학생 중 입학 취소를 받은 사람은 자기 뿐이라며 소송을 냈다.
 
이 교수도 재판과정에서 한예종 학생들은 합격 후 담당교수에게 보통 1000만원을 사례비로 건네는 게 일반적이라고 항변했다.
  
법원에 따르면, 실제로 2008~2012년 이 교수에게 레슨을 받고 관련 악기 전공과에 합격한 학생 11명이며, 이 가운데 입학을 취소당한 학생은 A씨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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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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