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이주의 은퇴뉴스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뉴스토마토 은퇴전략연구소 기획취재팀이 심층보도한 '장례문화,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서지명 기자 나와있습니다.
기자 : 장례는 고인(故人)의 삶을 기리며 엄숙하고 의미있게 치러져야 하는 게 기본이지만 장례식이 집안 과시를 위한 허례허식과 체면치레의 경연장이 돼버린 지 오래죠. 이 틈에 상술이 끼어들면서 장례식이 돈으로 얼룩져 유족과 추모객을 피곤하게 합니다. 국내 장례 문화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앵커 : 먼저 국내 장례식 현황부터 살펴봐야겠죠. 우리나라 장례비용은 얼마정도인가요?
기자 : 뉴스토마토가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서울 5대 대형 상급종합병원의 장례 비용을 조사한 결과 3일장 기준 평균 900만~1400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빈소 규모 50~60평, 1인당 식사 1만~1만5000원, 조문객 300~400명 기준으로 했을 때 이정도 수준입니다.
식사나 술 등의 이용량이 예상보다 늘어나고 빈소나 관, 수의 등의 항목을 고급화하면 더 비싸지는데요. 최고 수준으로 할 경우 장례식장에 지불하는 비용만 최소 2000만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대형병원이 아닌 경우도 비용은 크게 다르지 않는데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우리나라 평균 장례비용은 1200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에는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게 일반적이었지만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대부분 병원이나 장례식장을 통해 장례를 치르면서 외형적으로 고급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앵커 : 장례를 치르는 분들뿐만 아니라 조문객들의 부담도 많이 늘었어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부의금 기준도 급격하게 올라가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들의 부담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요. 우리 국민들이 실제 지출한 장례 부의금은 지난 2010년 기준 평균 5만30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조화나 근조기 등을 포함하면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됩니다.
앵커 : 사실 상주들이 경황이 없다보니 장례식장에서 권하는대로 대부분 결정하게 되고 어르신들 가시는 길에 비용을 아끼는게 불효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비싼 것 같아도 그냥 결정하게 되는데요. 그렇다보니 장례식장의 바가지 영업이 심각하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장례 비용을 크게 따지지 않는 유족의 정서를 이용한 상술이 심각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장례식장이용의 불만사유와 개선 사항'을 설문 조사한 결과 '비용이 비싸다(61.9%)'는 응답이 가장 높았는데요. 개선이 가장 필요한 사항으로는 불필요한 장례용품•서비스 강권(42.5%)이 꼽혔습니다.
특히 장례식장의 노잣돈 요구, 조화 바꿔치기 등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한 각종 꼼수는 유족의 심리를 악용한 상술로 손꼽히는데요. 실제로 장례식장에 가보면 조화 리본만 떼서 부쳐놓거나 리본만 바꿔서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박태호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정책실장 말씀 들어보시죠.
앵커 : 준비가 부족하다보니 왜곡된 정보를 받을 수밖에 없고 경황이 없다보니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네요. 상조회사 문제점도 좀 짚어봐야할 것 같은데요. 장례문화가 상업화되면서 장례절차를 서비스해주는 상조회사 역시 특수를 누리고 있죠?
기자 : 네.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문적으로 장례절차를 서비스해주는 상조시장도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상조업체는 297개, 가입자 수는 349만명에 달합니다. 가입자들이 업체에 낸 선수금 규모도 2조8863억원에 이르는데요. 전문가들은 상조시장이 향후 10배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약적인 양적 성장만큼 그늘도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데요. 일부 상조회사들의 부실 경영과 각종 만행들이 가입자들을 울리고 있습니다. 가입자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다달이 납입한 돈도 돌려 받지 못하는 등의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상조업체 관련 피해 건수 접수는 지난 2008년 234건에서 지난해 719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관련 접수가 663건에 달했습니다.
앵커 : 장례식장은 어렵지 않게 정했다해도 시신을 모시는 문제도 고민인데요.
기자 : 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매장 풍습이 강하죠. 분묘 면적만 전 국토의 1%, 서울시 면적의 1.6배에 달합니다. 개인적 부담도 상당한데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선산이 있지 않은 경우 매장묘를 구하려면 3~10평 기준 대략 4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까지 듭니다. 묘지로 인한 경제•공익적 가치 손실만 연간 1조4635억원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들어 화장률은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률은 전국 평균 74%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화장이 늘었다고 해서 장례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단시간에 화장률 수요가 급증해 납골당 비용도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최고급 석물과 다양한 컨셉의 디자인을 적용한 경우 3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앵커 : 앞서 말씀하신대로 장례문화 전반에 변화가 필요해보이는데요. 일그러진 장례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기자 : 웰다잉이란 말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잘 죽는 것,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을 의미하는데요.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장례 절차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미리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죽음도 준비를 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웰 다잉을 준비하면 개인의 삶을 차분히 정리하는 의미도 있지만, 특히 사후 장례와 관련한 불필요한 갈등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언장이나 장례계약서를 미리 작성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박태호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정책실장 말씀 들어보시죠.
앵커 :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요?
기자 : 외국에서 웰 다잉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장례는 간소한 규모로 치러지지만, 고인에 대한 추모가 절차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비용도 국내 대비 합리적인 수준입니다. 미국장례지도사협회(NFD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의 평균 장례 비용은 7045달러(한화 약 744만원)으로 우리의 절반 수준입니다. 미국은 1인당 국민소득(GNP)이 우리나라의 2배 수준이지만 우리처럼 장례에 과도한 비용을 쓰고 있지 않은 셈입니다. 여타 선진국도 국가 주도도 장묘 시설이 발달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격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의 장례문화를 지속하게 되면 경제적 부담이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장례를 간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