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음주운전 사고 발생시 바로 혈중알콜농도를 재지 않고 음주 후 혈중알콜농도가 최고치에 이르는 음주 후 30~90분 사이에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해 처벌기준을 넘었더라도 운전자가 운전하기 전 6시간이나 술을 마신 상태였다면 사고발생 당시 잰 것과 차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52)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음주 후 30분~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른다'는 일반적인 기준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적용할 경우 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라고 볼 여지가 있지만 6시간이나 음주를 한 뒤였다면 혈중알콜농도가 측정할 당시에 반드시 상승기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음주운전 직후인 사고현장에서 피고인을 발견한 경찰관은 피고인의 입에서 술 냄새가 많이 났다고 진술하고 있는데다가 운전한 시점으로부터 약 1시간 가량 경과한 뒤 주취운전자정황진술보고서에도 '피고인의 입에서 술 냄새가 나고 얼굴이 약간 붉은 색'으로 기재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다른 차량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새벽 시간에 혼자서 운전을 해 가다가 길가에 설치된 전신주를 들이받아 전신주가 부러지는 매우 이례적인 사고를 일으켰다"면서 "이는 상당히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지 않는 한 발생하기 어려운 사고로, 이같은 점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은 음주운전 당시 적어도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와는 다른 해석에서 피고인이 운전을 종료할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 0.09% 이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음주운전에 있어서 혈중알코올농도의 입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11년 11월11일 새벽 4시에 대전 유성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5~0.09% 상태로 4km 가량을 음주운전하다가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김씨는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09%를 기록해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법정에서 "혈중알콜농도를 잰 시간이 음주사고를 낸 당시가 아니라 혈중알콜농도가 상승하고 있는 한시간쯤 뒤였다"며 "사고 당시에 쟀더라면 처벌기준인 0.05%도 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현행도로교통법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을 음주운전으로 정해 놓고 있다. 이 기준을 하회하면 일반적으로 훈방조치를 받는다.
1심은 "술을 마지막으로 마신 시각에 비춰 측정 당시는 오히려 혈중알코올 농도 하강기에 해당한다"며 김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씨가 운전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 0.09% 이하의 상태에서 운전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뉴스토마토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