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내년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출시되는 신차는 없다. 르노삼성차는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QM3에 회사의 명운을 걸었다.
해가 갈수록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르노삼성차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지난 2010년 10%를 넘어섰던 시장 점유율이 어느덧 4% 선마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2008~2013년 르노삼성자동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2013년만 1~11월 실적)(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업계는 르노삼성차 부진의 이유로 부실한 라인업과 트렌디하지 못한 디자인을 꼽았다. SM7과 SM5, SM3, QM5 등 4종에 불과한 라인업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은 줄기차게 제기됐다. 다만 이번 QM3를 통해 라인업과 디자인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는 해소됐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신차 출시를 통해 시장의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기존 모델의 판매까지 동반 상승하는 이른바 '신차 효과'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년 QM3를 이을 신차의 부재는 르노삼성차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차는 이에 대해 "QM3 판매에 집중하는 것만도 버겁다"며 "내년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신차 출시가 뜸하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2000년 르노 인수 이후 13년 동안 세단과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전기차 등 모델만 7종을 출시했다"며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라인업을 강화한 회사가 어디에 있냐"고 반박했다.
지금 르노삼성차가 믿을 구석은 QM3 뿐이다.
조짐은 좋다. QM3는 정식 출시 전인 지난달 20일 예약판매 개시 7분 만에 한정물량인 1000대가 모두 소진되며 돌풍을 예고했다.
이미 유럽에서 '캡쳐'(CAPTUR)라는 모델명으로 출시돼 30%의 점유율로 두 달 연속 유럽내 월간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등 성능과 인기는 검증됐다.
가격정책도 유인효과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캡쳐가 유럽 현지에서 약 3000만원 정도에 판매되는데 반해 국내에서는 최대 2450만원에 책정돼 파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전량 스페인에서 들여오는 점을 감안하면 내수 부활을 위한 르노삼성의 결기가 엿보인다.
르노삼성차는 QM3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부사장은 지난 6일 'QM3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신차 발표 때는 대기수요가 있어 판매가 상승하다가 이후 하락하는 때가 오는데 그 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가 잘 되는 때가 도로에 해당 차량이 많이 보이는 순간인데 QM3는 디자인과 색상이 특이하기 때문에 다른 차량 4~5대가 돌아다니는 효과를 줘 더 빨리 시장에 정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르노삼성차는 QM3 디자인의 핵심인 'V'자형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을 향후 전 차종에 걸쳐 적용할 계획을 검토 중이다. QM3의 인기를 전 차종에 불어넣겠다는 얘기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QM3의 V자 라디에이터 그릴을 다른 모델로도 확장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QM3로 효과를 보다 보니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QM3 일변도인 르노삼성차의 태도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우려는 여전하다. 해외에서 생산한 모델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으로는 자체 경쟁력을 키우고 떨어진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수동적 방식에서 탈피해 R&D(연구개발) 비중을 높여 국내에서 신차를 제조·출시하는 등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때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박 부사장은 "QM3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설비 등의 문제가 있어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며 "일단 국내로 들여오는 차를 어떻게 판매하느냐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QM3의 성패가 르노삼성차의 명운과 함께 전략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게 됐다. 르노삼성차는 내년 QM3 판매목표를 최대 1만5000대로 잡고 있다.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는 내년 3월 이후 르노삼성차 명운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답은 시장이 쥐고 있다.
◇뉴 SM5 플래티넘, SM7, QM3(위부터)(사진=르노삼성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