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硏 "잠재성장률 급락 우려"

입력 : 2009-02-17 오전 7:45:40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잠재성장률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이 -2%대 이하로 급감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설비투자(자본)와 고용(노동)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불안을 가져오지 않는 범위에서 자본과 노동을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능력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막으려면 설비투자 등에 재정지출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잠재성장률 하락 불가피"

현대경제연구원은 17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대로 올해 -4.0%, 내년 4.2%를 각각 기록할 경우 잠재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실질 경제성장률의 중장기 추세를 토대로 계산한 것으로, 잠재성장률은 2000~2005년 연평균 약 5%에서 2006년 이후 4%대로 떨어졌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성장률이 -4%에서 4%로 급반등하더라도 실제로는 경제가 2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어서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률 추세가 아닌 생산함수 방식으로 보더라도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생산함수 방식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노동, 자본, 생산성에 의해 결정되는데 설비투자 등이 급감하면 총자본량이 줄고 고용 사정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부로부터의 일시적인 충격으로 투자와 고용이 나빠지면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경제가 크게 회복된다면 잠재성장률이 다시 올라갈 수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크게 떨어졌다. 1990~1997년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7.2%이지만 외환위기 기간을 포함한 1990~1999년 기준으로는 6.5%로 낮아진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 침체 장기화 여부가 관건

잠재성장률의 하락 우려가 현실화될지는 경기침체가 얼마나 장기화하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성장의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단기적인 침체만으로 잠재성장률이 크게 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투자 감소 및 고용 악화 추세가 내년까지 지속할 경우 잠재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설비투자는 지난해(-2.0%)에 이어 올해 큰 폭의 감소세가 예상된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연간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1천여 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들은 올해 투자를 지난해보다 평균 29.5%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고용 대란도 우려된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취업자 수가 2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업 구조조정이 겹치면 취업자 감소폭이 40만 명 안팎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잠재성장률은 인구 구조나 경제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올해 고용이나 설비투자가 굉장히 저조하기 때문에 이런 추세가 내년까지 장기화되면 잠재성장률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병규 본부장은 "잠재성장률 하락을 최대한 막으려면 고용과 투자 등 성장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부문에 재정지출을 집중해야 한다"며 "특히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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