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명백히 밝힘으로써 그동안 노사간 진통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였던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범위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8일 자동차 부품회사 갑을오토텍 근로자 김모(47)씨 등 295명이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또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김모씨(48)가 퇴직금 산정에 상여금이 빠졌다면서 갑을오토텍을 상대로 그에 대한 차액을 청구한 퇴직금청구소송의 상고심 역시 일부 파기하고 대전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주심 고영한 대법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취지는 크게 두가지로 집약된다. 우선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그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 판결들의 취지를 유지했다.
또 "통상임금 여부는 임금의 명칭이나 지급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해 정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대상기간에 제공되는 근로에 대응해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기간마다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다만, 이런 전제 하에서 "근로를 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시점에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회사에서 지급하는 여름휴가비나 김장지원비, 명절비용 등은 지속적인 근로와 관계없이 특정 시점이 되면 지급하는 것으로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또 근로자가 연장근무, 야근근무, 휴일근무를 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상여금도 시기가 불규칙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와는 다른 해석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의 대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그것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면 원칙적으로 모두 통상임금에 속한다"며 김씨 등 갑을 오토텍 근로자 295명의 손을 들어준 대전고법 민사1부(재판장 허용석)에게 사건을 되돌려 보내면서 이 점을 다시 판단하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노사합의 등으로 정기상여금을 정할 때의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법률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시했다.
다만 "'정기상여금'에 있어서, 노사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신뢰해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총액 및 다른 근로조건을 정한 경우 근로자가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상여금 부분을 추가로 주장해 기업에 중대한 어려움이 발생되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돼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기업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따라 근로자의 청구를 거부할 수 있는 때를 대법원은 ▲과거 정기상여금에 대한 청구일 것 ▲통상임금 제외에 대한 노사협의가 있을 것 ▲임금을 추가지급할 경우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것 등 세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만 인정한다고 밝혔다. 즉 이 세 요건 중 어느 한 가지만 충족하지 않을 경우에는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아 기업은 추가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날 갑을오토텍 퇴직자 김모씨(48)의 퇴직금소송에서 김씨의 손을 들어 준 원심인 대전지법 민사1부(재판장 금덕희)에게도 사건을 되돌려 보내며 이 점에 유의해 다시 판단하라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