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LED만 쓴다는데..전통시장 점포 10곳 중 한곳은 백열등

입력 : 2013-12-23 오후 4:37:43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 이곳은 평일이나 주말 가릴 것 없이 생선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여기에 이처럼 손님이 모이는 이유는 뭘까. 김모씨는 가게를 밝히는 백열등을 가리켰다. 백열등의 불그스름한 빛이 생선을 먹음직스럽게 비춰 식욕을 당기게 한다는 것이다.
 
◇백열등을 활용해 조명하고 있는 서울시 관악구 신원시장 내 점포(사진=뉴스토마토)
 
그러나 김모씨는 당장 새해부터는 백열등을 못 쓰게 됐다. 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백열전구 생산·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발광다이오드(LED)만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백열등은 가격이 싸고 특정 부분을 밝게 비춰 조명효과를 내는데 좋지만 LED보다 전력소모가 심하고 제품수명이 짧아 전구교체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백열등은 전기 소비량 중 겨우 5%만 빛으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모두 열로 방출해버리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이며 백열등의 수명은 1000시간으로 LED램프(2만5000시간)의 2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백열전구와 안정기내장형 램프, 발광다이오드(LED) 램프 특성 비교(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하지만 새해가 불과 10여일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백열등을 쓰던 상점이나 가정을 중심으로 LED 램프 전환을 서둘러야 하지만 전통시장에서는 아직도 백열등 사용비율이 높아 정부가 LED 보급정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3일 산업부와 서울시 자료를 보면 서울시 112개 골목형 전통시장 내 1만9511개 점포 중 아직도 백열등을 쓰는 곳은 2213개(11.3%)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점포당 평균 8.3개의 백열등을 쓰며 2011년 이후 200W 이상 백열등 사용 비율은 39%에서 82%로 두배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백열등을 못 쓰게 됐는데 사용은 오히려 늘어난 것.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가 에너지 낭비를 막는다며 백열등 퇴출정책을 추진했지만 백열등 사용은 더 늘어나 에너지 과소비 추세가 심해졌다"며 "백열등을 사용하는 점포는 2011년 18.9%에서 올해 11.3%로 줄었지만 200W 이상 백열등 비중이 2011년 39.0%에서 올해 82%로 급격히 늘어나 원인파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신원시장 김모씨 사례를 보듯 전통시장의 백열등 사용 비중이 높은 것은 진열한 상품을 돋보여주는 조명효과 때문. 실제로 서울시 통계를 보면 전통시장 점포 중 백열등 사용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청과물점과 음식점, 떡방앗간 등 주로 음식과 관련된 곳이었다.
 
◇전통시장 점포 중 백열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상위 10개 업종(자료=서울시)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LED 보급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통시장 상인에 백열등의 전력 소모량을 알려주면 10명 중 8명은 LED램프로 교체하겠다고 답한다"며 "정부가 기업과 학교, 가정을 중심으로 LED 보급을 추진하다 보니 전통시장 쪽에는 아직 손이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산업부는 올해 7월 LED 보급사업 계획을 통해 322억원의 예산을 투입, 저소득층과 양계장, 화훼농가 등을 대상으로 저효율 조명기기를 고효율 조명기기로 교체하는 사업을 벌이기로 했지만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LED램프 홍보는 별도로 없는 실정.
 
백열등보다 최대 10배 비싼 LED램프 가격을 고려하면 단순 보급사업만으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여러 번 나왔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백열등의 전력 소모가 얼마나 심한지 잘 모르고 그냥 가격만 비교할 때 LED램프를 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시민단체 등과 LED 보급 캠페인을 펼치고 LED 단가를 현실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는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위해 2014년부터는 저소득층 85만 가구와 사회복지시설 1170곳에 무상으로 LED램프를 보급·지원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100억여원 늘어난 430억 수준으로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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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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