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vs. 나주` 달아오른 탄소거래소 유치전..정부는 침묵

입력 : 2013-12-24 오후 5:43:24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탄소거래소 설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광역시와 전남 나주시가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거래소 설립의 열쇠를 쥔 정부가 최종입지 선정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중으로 부산과 나주 중 한곳에 탄소거래소를 세우고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최종 입지를 심의할 녹색성장위원회 일정이 연기되면서 입지선정이 새해로 미뤄지게 됐다.
 
녹색성장위원회 구성원인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 현오석 경제부총리,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상직 산업부 장관 등 정부부처 장관들이 업무 때문에 위원회 일정을 차일피일 미뤘기 때문. 특히 최근에는 정부의 각종 민영화 논란 속에서 부처 장관들이 사태수습에 전력하다 보니 탄소거래소 설립문제를 논의할 기회도 못 가졌다.
 
이러는 사이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활을 걸고 거래소 유치전을 진행 중이다.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배출한 일정량의 탄소를 사고 팔도록 주관하는 탄소거래소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의 핵심기구.
 
삼성경제연구소 자료를 보면 장차 온실가스 감축이 가장 중요한 경제·환경이슈로 부각되면 탄소거래소 기능이 커지고 연간 5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생길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201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도입을 목표로 탄소거래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사진=뉴스토마토)
 
진작부터 유치전에 나선 부산은 한국거래소 본사가 부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 당연히 탄소거래소도 부산에 와야 한다는 입장.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은 미래 부산발전 전략의 하나로 탄소거래소와 한국거래소를 모두 유치,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라며 "지역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 등에 탄소거래소 부산 유치를 호소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나주시 관계자는 내년 말 전력거래소가 나주로 옮기는 점을 들어 "탄소거래소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것인 만큼 전력거래소에서 운영해야 한다"며 "사업 효율성과 지역 균형발전을 따지면 나주 혁신도시에 세워야지 정치논리로 결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탄소거래에서 '거래'에 방점을 찍어 거래소의 금융기관 역할을 강조하고 나주시는 온실가스 감축 등 '에너지'에 비중을 둬 전력기관의 역할을 중시하는 셈. 그러나 정부가 명확한 지침 없이 최종입지 선정을 미루면서 두 도시만 소모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이에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부산시와 나주시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한국거래소와 전력거래소의 기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 탄소거래소 지정 주체가 지식경제부(지금의 산업부)에서 환경부로 바뀌는 등 정부의 기본지침 자체가 방향을 잃었다"며 "거래소 설립에 따른 이해관계가 다양한 만큼 각자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입지를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색성장위원회가 미뤄진 것에 대해 정부가 산업계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지난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를 비롯 한국철강협회 등 주요 업종별 15개 협회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정책 추진 관련 산업계 공동 건의문'을 국무조정실 등 정부 관련부처와 국회에 전달했다.
 
산업계는 "정부가 2009년 수립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보면 오는 2020년의 온실가스배출 전망치를 8억1300만톤으로 추정하고 이 중 30%인 2억4300만톤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이는 산업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데는 적극 공감하지만 국내외 여건을 고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실효성 있게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정부가 녹색성장위원회 일정을 연기한 것은 국무총리를 비롯 각 부처 장관 일정을 고려하고 올해 중 수립될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보완하느라 시간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날짜가 안 정해져 여러 가지 걱정이 많겠지만 정부가 정치적 고려나 산업계 입장을 반영해 일정을 늦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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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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