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적법'인정에도 '민노총 강제진입' 위법 논란 여전

법조계 "검·경 강제진입 수사권한 잘못해석..영장주의 위반 가능성"

입력 : 2013-12-24 오후 7:33:35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지난 주말 기습적으로 진행된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진입과 관련해, 대검찰청의 적법의견에 이어 김진태 검찰총장까지 경찰을 두둔하고 나섰지만 강제진입의 위법성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김 총장은 24일 열린 주례간부회의에서 김 총장은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이 역대 최장기간을 넘어서면서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국가경제의 손실도 가중되고 있다”면서 “지난 주말에는 노조간부들에 대한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불법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검 공안부측은 “수색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감행한 것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형사소송법 216조에 따르면 혐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필요하면 타인의 거주지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216조는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없이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120조는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는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형사소송법 규정을 확대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사립 로스쿨에서 형사소송법을 강의하고 있는 한 교수는 “공권력 투입 등 공권력의 강제투입은 헌법상 규정된 영장주의 원칙에서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근거로 들고 있는 216조는 경찰이 신청했다가 발부가 기각된 압수수색영장에 대한 방어적 해석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사안에서는 직접적으로 타인의 건조물에 대한 건정(잠금장치)을 강제로 해제하고 진입한 것으로 120조의 해석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20조는 구속영장 집행에 대한 규정인 137조를 전제한 규정으로 138조에 의해 준용되는데, 구속영장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상 준용이 명시된 구속영장의 집행시에만 120조를 준용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형사소송법 120조는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는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시 경찰은 1차적으로 압수수색영장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건정을 해제, 즉 잠금장치를 뜯어내고 진입하는 것은 위법한 것이며 2차적으로 구속영장도 없었기 때문에 120조를 준용할 여지도 없었다는 것이다.
 
형사사건을 많이 다뤄온 한 중견변호사도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의 집행의 효력은 다르므로 구속집행의 강제성을 보장하기 위한 형사소송법 120조가 체포영장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다”며 “체포영장만을 가지고는 잠겨진 타인의 건조물을 강제적으로 진입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200조의 6을 보면 피의자를 체포할 때 구속영장 집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준용 규정에 타인주거의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120조의 준용 규정인 138조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체포의 경우도 120조가 준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체포영장의 효력을 구속영장의 효력까지 확대해석하는 것으로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은 물론 죄형법정주의 원칙과도 관련해서 논란의 여지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형사전문 변호사도 “137조에 의한 구속영장 집행시에도 타인의 주거나 건조물 등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도 제지 없이 평온히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한정해야 하고 제지가 있다면,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서 집행해야 한다”면서 “지난 주말 경찰의 강제진입은 압수수색영장이 없는 상태에서의 강제진입으로 위법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이같이 위법성이 있는 강제진입이었던 만큼 당시 연행됐던 철도노조원 등에 대한 불법체포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일부 법률단체들인 지난 주말 실시된 경찰의 민노총 진입을 ‘명백한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권리행사방해죄, 재물손괴죄, 건조물침입죄 등의 혐의로 이성한 경찰청장,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 연정훈 남대문경찰서장 등 3명을 고소·고발하고 민노총은 건물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22일 4000여명의 경찰 병력을 민노총 건물 주변에 배치한 뒤 오전 9시30분부터 현관 등을 부수며 강제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노조원 등 138명을 연행했다.
 
◇경찰이 지난 22일 김명환 철도노조위원장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입주해 있는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1층 출입문을 부수고 진입하고 있다. 경찰은 김 위원장 등이 민노총 사무실 내에 은거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날 강제진입했으나 체포에 실패하고 철수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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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