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사회복지법인의 설립자나 운영자가 양수인을 법인의 임원으로 선임해주기로 하고 운영권을 넘겼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수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법인 운영권을 양도하면서 양수인을 법인의 임원으로 선임해주는 대가로 양도대금을 받은 경우, 양수인측이 법인의 설립 목적과 다른 용도로 법인 재산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운영권과 관련한 제의와 청탁은 배임수재죄의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대법원이 처음 확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양수인으로부터 법인의 대표로 선임해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법인 운영권을 넘긴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된 전 어린이집 대표 이모씨(70·여)와 임모씨(82)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회복지법인 운영권의 유상양도를 금지 또는 처벌하는 명시적인 법규정이 없는 이상 법인 설립자 내지 운영자가 법인 운영권을 양도하고 양수인으로부터 양수인이나 그가 지정하는 사람을 법인의 임원으로 선임해주는 대가로 양도대금을 받기로 하는 청탁을 받았더라도 이를 배임수재죄의 성립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인 양도계약의 체결경위와 계약 내용을 보면 피고인들은 법인의 기본재산인 어린이집의 부지·건물의 소유권을 처분한 것이 아니라 양수인들이 법인과 어린이집을 계속 운영한다는 의사의 합치 아래 운영권 자체를 양도한 것이고 양수인들 역시 대표이사 변경 후 어린이집 운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법인을 운영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따라서 설령 피고인들이 양수인 또는 그가 지정하는 사람을 대표이사로 선임되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양도대금을 받았더라도 이를 사회상규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라거나 배임수재죄 성립요건인 '부정한 청탁'으로 볼 수 없다"며 "이와는 다른 취지로 판결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씨와 임씨는 자신들이 대표이사로 있는 사회복지법인을 매도할 경우 다른 유사 법인에 그 재산을 기부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해야 하는 등 제약이 있자 법인을 인수하려는 사람들로부터 그들을 대표이사로 선임해주기로 하고 양도금을 받아 법인을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 재판부는 이씨와 임씨에게 모두 유죄를 인정하면서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씩을 선고하고, 이씨가 받은 양도대금으로 5억6000만원과 임씨가 받은 5억8300만원을 각각 추징했다. 이에 이씨 등이 상고했다.
◇대법원 전경(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