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오바마 외교 성적 'C'..對中 정책만 '호평'

민주화 실종 이집트 '낙제'..시리아·러시아도 '우울'

입력 : 2014-01-02 오전 11:44:33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의 지난 한 해 동안의 외교 성적이 가까스로 낙제점을 면했다.
 
◇지난달 20일 백악관에서 2013년 마지막 기자회견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사진=로이터통신)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집권 2기 첫 1년의 외교 점수로 'C' 학점을 부여했다.
 
WP는 "러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외교 정책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며 "세계에서 가장 독단적인 정책을 구사하는 미국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고 평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정책 평가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부터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 중동 지역과 러시아 등 총 10개 지역에 대해 목표 달성 여부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견제와 협력' 중국은 'A'..아시아 전반적 '맑음'
 
오바마 행정부가 유일하게 성공적인 점수를 얻은 것은 대중(對中) 정책이다. 세계의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에 견제와 협력을 적절히 사용했다는 평가다.
 
위안화 절상에 대한 압력을 전보다 줄이며 중국의 경제 성장을 도운 한편 군사적으로는 긴장 관계를 늦추지 않았다.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영향력은 유지했다.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 행위에 대해서는 강도높게 비난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에 WP는 "중국과의 외교를 긍정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매우 높게 평가할만 하다"고 전했다.
 
대북(對北) 정책은 'B+'로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본과 동맹 관계를 강화한 것에 이어 국제 사회에서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낸 것 등이 긍정적이었다. 반면 북한이 로켓 발사에 성공하는 등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남아이는 점은 대북 정책의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에 대한 평가는 'B-' 학점을 얻었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가 전반적으로 좋기는 했지만 중국과의 균형적 관계를 유지하느라 동중국해 분쟁에서 일본을 적극 옹호하지 못한 점, 인도 외교관의 알몸 수색으로 빚어진 외교 마찰 등이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또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 중단)으로 아시아 순방이 취소됐던 점, 여전히 중동 이슈에 치중했던 점도 아쉬웠다. 
 
◇실망스러운 중동..이란만 '반짝'
 
미국은 중동에 여전히 많은 힘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군부의 쿠테타로 다시금 혼란 속에 빠진 이집트와의 외교는 낙제점인 'F' 학점을 받았다. 군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혁명 이후 민주화의 길을 차근히 걷게 하겠다는 당초의 목표가 어느 것도 지켜지지 못했다.
 
이집트는 이미 민주화와는 멀어졌고 미국이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중단한 상황에서 양국 관계가 눈에 띌만한 성과를 내기는 당분간 어려워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014년 군대 철수를 앞두고 있지만 탈레반과 충돌이 끊이지 않는 등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파키스탄과의 관계도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하다.
 
'D' 학점을 받은 시리아에서는 화학무기를 해체시켰다는 점이 긍정적이었을 뿐 시리아의 인권 문제, 과격한 성향의 급진주의자들의 증가, 정부와 반군의 협상 추진 등 미국이 이뤄낸 것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을 이끌어 냈던 점은 지난해 중동 지역에서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히며 'B+'의 성적을 얻었다.
 
러시아와의 외교에서도 미국은 사실상 낙제와 다름없는 점수를 받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 가정이 러시아 아동을 입양하는 것을 금지한데 이어 미국 정부의 도청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임시 망명을 러시아가 허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리아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양국 협력이 감안돼 'F'를 면한 'D' 학점을 받았다.
 
이 외에도 스노든의 폭로는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상대를 가지리 않았던 무분별한 도청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의 신뢰를 잃기 충분했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미국의 협조 요청을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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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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