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정부가 그 동안 막혀 있던 제도의 빗장을 풀면서 케이블의 디지털 전환이 올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간 갈등으로 도입이 지연된 클리어쾀과 지상파에만 허용돼 있던 8VSB(8레벨잔류측파대)이 케이블TV 사업자에게도 열렸기 때문이다.
케이블 업계는 저소득층 대상으로 한정된 클리어쾀 보다는 8VSB에 더 큰 기대를 걸고있다. 또 클리어쾀과 8VSB를 통해 단계적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7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업계에 따르면 유료방송 중 유일하게 아날로그 가입자를 보유한 케이블의 디지털 전환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미래부는 지난해 클리어쾀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클리어쾀 기능이 탑재돼 있는 디지털TV를 지원하기로 했다.
클리어쾀은 셋톱박스 없이 고화질 HD방송을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다만 양반향 서비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쪽짜리 디지털 방송'이라는 비판을 일으키기도 했다.
보급 대상은 171만 가구로, 미래부는 지난달 2일부터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홍보와 예산의 부족으로 실적은 저조한 상황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협의를 거쳐 오는 2017년까지 매년 방송통신발전기금 중 30억원을 DTV 보급 사업에 활용하고, 상담센터도 5곳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블 업계는 대상이 한정된 클리어쾀보다는 8VSB가 디지털 전환에 더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8VSB 역시 디지털 셋톱박스 없이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가 고화질 HD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전송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방송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도 8VSB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8VSB가 도입되면 우선적으로 공동 주택이나 호텔, 병원 등 단체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후 셀단위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동별 셀단위로 전송방식을 변경한 이후 HD방송을 원치 않는 가입자에게는 D to A(Digital to Analoge)컨버터를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요금 수준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사진=조아름기자)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된 채널 숫자 감소 우려도 HD채널과 SD 채널을 혼합하는 탄력적인 구성으로 해결할 예정이다.
아날로그 채널 하나를 송신하기 위해서는 6㎒ 대역의 주파수가 필요한데, 8VSB 전송방식은 HD와 SD화질의 채널을 각각 1개씩 6㎒ 대역에 실어보낼 수 있다.
만약 아날로그 채널을 디지털 채널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채널 일부를 SD로 송출하면 주파수 부족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케이블협회 관계자는 "프로그램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걱정하는 채널 퇴출 등의 문제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문형비디오(VOD) 등 양방향 서비스가 불가능한 '짝퉁' 디지털 방송이라는 지적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케이블 업계는 클리어쾀과 8VSB를 진정한 디지털 전환으로 가는 중간 단계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일단 아날로그 가입자한테 디지털 HD방송을 소개한다는 의미가 크다"며 "단계적으로 전환을 유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