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9일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79·사진)은 거액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면서 세금까지 포탈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적극 활용했다.
조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바하마 등 조세피난처와 세계 곳곳에 만든 페이퍼컴퍼니만 해도 33개다.
조회장은 이들 페이퍼컴퍼니들을 앞세워 효성 본사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은 뒤 손실을 떠넘기거나 주식을 대량 매입하면서 주가를 띄우기도 했다.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차명계좌는 스위스나 홍콩, 일본 등에 있는 CS(Credit Swiss)에 개설되어 있었는데 이 수법은 조 회장이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국내에 있는 효성과 효성 관련 기업 주식을 매매하는데 활용됐다.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둔갑한 조 회장은 국내 상장법인인 (주)효성이나 (주)카프로의 주식을 대량 매입해 막대한 차익을 얻고 세금은 내지 않았다.
조 회장은 또 효성의 해외법인을 이용해 1억5000만달러 상당의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개인 채무를 갚거나 페이퍼컴퍼니를 위한 유상증자, 손실보전 자금으로 사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자신이 1996년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CTI, LF의 명의로 효성 싱가포르법인 자금 233억원을 빌린 뒤 이 자금으로 국내에 있는 카프로 주식 183만주를 매입했다. 이 작업은 1996년부터 2004년까지 8년간 진행됐다.
이후 2006년 효성 해외법인이 보유한 3500억원대 부실채권을 자진 신고하는 기회를 이용해 효성 싱가포르법인이 CTI, LF에 대해 갖고 있는 대출금 채권 233억원을 회수불능의 부실채권으로 분류한 뒤 대손처리 시켜 효성 싱가포르법인에게 233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조 회장은 자신의 개인재산관리자까지 둬 불법비자금을 관리, 운영했다. 조 회장은 고모씨를 통해 CTI, LF가 보유하고 있던 카프로 주식 183만주를 관리해오다가 2011년 매각해 불법 비자금 858억원을 조성한 뒤 스위스은행 홍콩지점에 CTI, LF 명의로 예치시켜 보유해왔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은 주식거래로 얻은 537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110억원을 포탈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해외불법 비자금 조성 및 역외탈세 흐름도(자료제공=서울중앙지검)
조 회장은 또 개인차명으로 해외에 만든 페이퍼컴퍼니 ACI(일본)와 CWL(홍콩) 명의로 효성 홍콩법인과 본사로부터 수백억원을 빌린 뒤 다시 효성 주식을 매입해 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실 운용으로 수백억원의 손실이 나자 효성 해외법인으로부터 4160만 달러를 빼돌려 그 손실을 막았다.
이 외에도 조 회장은 효성 미국법인 자금을 빼돌려 펀드에 투자했다가 800만달러의 손실을 내자 효성 해외법인에서 다시 800만달러를 횡령한 뒤 손실을 막는데 사용했다.
조 회장은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의 차명계좌를 아들들에 대한 불법 증여 통로로도 사용했다.
조 회장은 2001년 홍콩에 개설한 Asia minor 명의의 차명계좌에 해외비자금 720만달러를 입금한 뒤 차남 조현문 변호사에게 계좌 운영을 맡겼다.
조 회장은 이후 조 변호사 Asia minor 명의로 효성주식을 거래하도록 지시해 70억원 상당의 주식 양도차익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양도소득세 21억원을 포탈했다.
장남 조현준 사장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조 회장으로부터 Asia minor를 비롯한 해외 차명계좌들에 남아있던 157억원을 미국과 홍콩에 있는 자신의 차명계좌로 증여받아 미국에 있는 부동산을 구입하는데 사용했다. 조 사장은 이 과정에서 증여세 70억원을 포탈한 혐의(특가법 위반)로 조 회장과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조 사장은 미국에 있는 페이퍼컴퍼니 ASKA명의 계좌로 550만 달러를 송금받아 사용하거나, 홍콩 차명계좌에 입금된 928만 달러를 미국시민권자인 지인의 명의로 변경한 뒤 인출하는 등 자신이 아버지 조 회장으로부터 157억여원을 증여받은 사실을 숨겨 증여세 부과를 회피했다.
검찰은 이번 효성그룹 일가의 역외탈세 및 배임·횡령 범죄혐의에 대해 매우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범죄라고 평가하고 합당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