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삼성그룹이 채용제도를 전면 개편하면서 취업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엇갈린 평가 속에 기대와 우려도 교차하고 있다.
오는 4월 공채부터 적용되는 삼성그룹의 채용시스템은 '서류전형 도입'이 핵심 골자다. 20년 만의 부활이다. 대신 이를 보완키 위해 '찾아가는 열린채용'과 '대학총학장 추천제'를 병행한다. '직무중심의 인사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은 서류전형 부활의 이유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내세웠다. 실제 한 해 20만명이 응시하는 SSAT(삼성직무적성검사)는 '삼성고시'로 불리며 학원과 과외 등 여러 사회적 병폐를 낳았다. 또 획일적 시험결과만으로 삼성이 원하는 인재상을 가려내기가 만만치 않아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17일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 등에서는 삼성의 새로운 채용시스템을 두고 '획기적인 인사시스템', '좁아진 삼성의 취업문' 등 취업 준비생들의 다양한 반응으로 가득 찼다.
한 누리꾼은 "대학생활 내내 자기 적성과 관련된 공부와 활동을 하라는 것 아니냐"며 "스펙에 목을 매는 취업 준비생을 양산하는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총장 추천제를 어떻게 믿나. 비리가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이라며 "평범한 대학생활을 했으면 처음부터 포기해야 하는 거냐"고 우려를 털어놨다.
특히 지방대생들의 경우 서류전형이 부활하면서 삼성 취업문이 더 굳게 닫힌 것 아니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한 지방대생은 "출신대학을 볼 수밖에 없다"며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가 아니면 서류 통과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A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지방대 학생들이 선호하고 많이 취업하는 대기업이 삼성이었다"며 "서류 심사를 하면 지방대 학생들은 서울 소재 학생에 비해 떨어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총장추천제' 도입에 대해 객관성과 공정성 담보가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총장추천만으로 입사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SSAT 등 다음 전형이 있기 때문에, 추천인이 부실할 경우 얼마든지 걸러질 제도적 장치가 있다"며 "문제가 발견될 경우 해당 대학의 추천인원에 제한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변화에 대해 '획기적인' 인사채용 시스템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 B씨는 "오히려 좋아졌다. 나에게도 기회는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C기업의 인사팀 관계자는 "예전에는 SSAT 시험만으로 1차 선발을 했기 때문에 직무 경험을 쌓거나 관련 자격증에 몰두하기보다는 시험 준비에만 매진했다"며 "결국 채용된 인력과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젠 '직무'가 가장 우선 순위가 됐다. 지원자들은 직무 적합성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삼성은 현재 국내 4년제 대학 200여곳에 '인사채용'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고 있다. 2월경 부터는 총장추천제 기준을 정하기 위한 대학내 협의체가 구성될 전망이다.
새로운 출발점에 선 삼성의 '신채용 시스템'에 대학가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성의 변화된 시스템이 기대 이상의 효과로 이어질 경우 타 기업들도 제도 개편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일종의 서울대 효과다.
인사전문 관계자는 "변화된 삼성의 채용방식은 '그물망식'이 아닌, 지원자의 장점이 먼저 부각되는 시스템"이라며 "본궤도에 오르면 타기업에서 유사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그룹(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