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해명 늘수록 정책은 오락가락

입력 : 2014-01-28 오후 4:46:09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의 보도해명이 매년 증가세다. 잘못된 여론을 조장하거나 오보라면 정부가 사실을 밝혀야지만 사회적 이슈마다 해명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잦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도해명이 많을수록 정책이 혼선을 빚는 증거라는 것이다.
 
28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요 경제관계 부처가 새해에 낸 보도해명을 확인한 결과, 1월27일까지의 총 건수는 62건으로 부처마다 12.4건의 해명자료를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해명을 낸 곳은 복지부(21건)며, 기재부와 고용부(각 13건), 공정위(8건), 산업부(7건) 순이었다.
 
연도별로는 지난해 복지부가 144건의 해명을 냈으며, 2012년에는 기재부가 140건의 해명자료를 뿌렸다. 한달에 10건 이상의 해명을 낸 셈인데 다른 부처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해마다 해명 건수도 증가세다.
 
◇주요 경제관계 부처별 보도해명 발표 추이(2014년 1월27일 기준, 자료=뉴스토마토)
 
일반적으로 정부 부처는 언론사에 보도를 요청하려고 보도자료를 내지만 언론이 잘못된 정보를 싣거나 오보가 생기면 이를 바로 잡으려는 뜻에서 보도해명 자료를 낸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보도해명이 지나치게 많아져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세우지도 않고 여론 무마용 불 끄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정부 출범 1년이 넘도록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인 기초연금 확대와 무상복지 실현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복지부는 지난해 기초연금 관련 자료를 가장 많이 뿌렸다. 올해는 새해부터 의료민영화 논란을 겪으며 이와 관련된 해명이 대부분이었다.
 
◇2013년 보건복지부가 낸 기초연금 관련 보도해명 목록(사진=보건복지부 홈페이지)
 
해명이 언론의 오보를 바로잡는 의미보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정보를 차단하거나 언론의 추가 취재를 막기 위한 용도로 쓰여 국민을 더욱 혼란에 빠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월 8.3건이 해명을 낸 산업부가 대표적인 경우. 산업부는 2012년 8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세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평균 4.7% 올렸지만 이 시기에 언론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한 기사를 쓰면 즉각 보도해명을 내고 사실무근이라고 잡아뗐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부터 언론에서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비중을 20%대 후반으로 유지하며 원전을 증설한다는 기사를 썼지만 산업부는 "원전 비중과 신규원전 수 등은 확정된 바 없다"며 이를 반박했다.
 
하지만 정부는 불과 한달 뒤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5년까지 원자력발전소 비중을 29%로 정하고 건설 중이거나 건설계획이 잡힌 원전은 그대로 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보도해명은 정책결정 과정의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무성의한 자료였던 셈이다.
 
◇2013년 12월8일자 원자력발전소 비중 확대 기사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보도해명. 그러나 정부는 보도해명을 낸 지 한달도 되지 않아 원전비중을 29%로 유지하고 신규원전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는 기재부나 고용부, 공정위도 마찬가지. 보도해명 자체가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오보를 줄이는 역할을 전혀 못 하기 때문에 언론 역시 보도해명을 기사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정부의 해명은 언론의 취재환경이 위축시킨다는 의견이다.
 
정부 부처를 출입하는 일간지 기자는 "요즘 보도해명이 너무 많은 데다 해명다운 해명도 없어 내 기사와 관련된 게 아니면 읽어보지 않는다"며 "그러나 기자 입장에서는 내가 쓴 기사에 해명이 나오면 혹시 잘못된 기사를 쓴게 아닐까하고 위축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때까지 국정홍보를 총괄하던 국정홍보처는 이명박정부 출범 후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와 통합됐으며 현재 정부의 보도자료 관련 업무는 문체부 제2차관 아래 국민소통실에서 총괄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정부의 보도해명이 증가세인 것과 관련 "2012년은 정권 말기라서 정책을 마무리하는 시점이고 2013년은 정권 출범기라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시점이라서 국민께 정확한 정보를 알리자는 취지"라며 "보도자료와 해명을 발표하는 것은 각 부처 사안이지 정부가 특별한 방침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PR학회 관계자는 "정부가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대응하는 게 당연하지만 언론의 비판에 대한 사실관계부터 틀리거나 해명이 변명에 그친다면 정부의 대응책은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며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전혀 없이 변명에만 급급한 보도해명은 정부가 그만큼 해당 사안을 감추고 싶어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직제(사진=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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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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