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채용시장 열렸다.."획일화된 스펙 버려라"

입력 : 2014-02-04 오후 4:59:38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4월부터 국내 주요 그룹들이 인재찾기에 돌입한다.
 
주요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평가 기준이 점차 바뀌면서 취업 준비생들에게 요구되는 스펙도 다양해지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4대그룹은 획일화된 스펙보다는 대학생활에서 꾸준히 준비해온 '직무 전문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등 국내 4대그룹의 올해 채용규모는 약 5만여명이다.
 
◇삼성 "SSAT 문항 개편..논리력 중심"
 
올해 삼성그룹의 채용제도에 전반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
 
'대학총장추천제'와 '서류전형 부활'을 골자로 채용실험에 나섰다가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채용제도 개편을 전면 유보한 삼성은 예전 방식대로 올 상반기 채용을 진행한다.
 
다만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의 문항은 다소 개편됐다
 
삼성은 기존 언어, 수리, 추리, 상식 영역에 공간지각능력 측정영역을 추가하여 5개 영역으로 SSAT 문항을 확대했다. 상식영역은 인문학적 지식, 특히 역사와 관련된 문항을 포함시켰다. 전문적인 지식 외에 보편적인 교양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식과 암기력 중심에서 논리력 중심으로 개편했다"며 "오랜 기간의 독서와 경험을 통해 개발되는 논리적 사고력 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집중 학습자의 반복 연습에 의한 학습효과보다는 종합적 사고능력을 보유한 우수인재가 고득점할 수 있도록 SSAT 문항을 개편했다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올 상반기 SSAT는 지난해 상반기 시험일보다 일주일 정도 늦춰진 4월13일 실시된다.
 
삼성은 올 상반기 대졸 신입공채에서 약 5000명을 채용할 계획으로, SSAT 합격자 수는 최종 채용 예정 인원의 2~3배다. SSAT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한 면접은 5월, 최종 입사는 7~8월로 예정됐다.
 
◇현대차 "스펙보다는 열정과 창의성"
 
현대차그룹 역시 올해 상반기 공채에서 불필요한 스펙 부담을 줄였다.
 
현대차는 기존의 채용방식에 별다른 변화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공채 비중과 스펙 위주의 채용을 줄이는 대신 '길거리 캐스팅' 방식의 채용 프로그램에 비중을 둘 예정이다.
 
인사 담당자가 수시로 돌아다니며 일자리에 적합한 인물을 찾는 형식인 채용 프로그램 ’더 에이치’(The H)를 통해 뽑힌 인재는 인사 담당자와 4개월간 여행이나 봉사활동 등을 진행한 뒤 최종 면접을 거쳐 채용된다.
 
또 전국 대학을 직접 찾아가는 ‘전국구 채용설명회’, 지원자의 역사관과 통찰력을 파악하기 위한 '역사에세이'도 지난해 새로 도입됐다.
 
기아차도 서류 전형에서 일정 비율을 자기소개서만으로 선발하거나 아예 영어점수·학점 등의 스펙을 보지 않는 ’커리어 투어’ 전형을 실시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는 ‘스펙’보다는 열정과 창의성으로 가능성과 역량을 지닌 인재를 추구한다"며 "기아차는 지원자들의 겉으로 드러난 스펙보다는 개인이 지닌 역량과 가능성을 직접 보고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채용인원은 지난해보다 100명 가량 늘어난 8600명이다.
 
◇국내 4대그룹 사옥 1)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사진=삼성), 2)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사진=현대차), 3)서울 서린동 SK그룹 사옥(사진=SK그룹), 5)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사진=LG전자).
 
◇SK '공개오디션'.."도전 즐기는 '바이킹형 인재'"
 
SK그룹의 상반기 공채는 오는 4~5월쯤 시작된다.
 
채용규모는 전년(7650명)과 비슷하거나 다소 늘어날 예정으로, 상반기 채용은 계열사별 인력 필요성에 따라 상시 진행된다. 수시·경력사원 채용이 중심이 될 예정이다.
 
SK그룹은 올해에도 '바이킹형 인재'를 찾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바이킹형 인재 채용은 도전정신이 투철하거나 리더십이 강한 인재찾기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6개 주요도시를 순회하면서 개인 오디션 형태의 예선을 거쳐 진행된다. 예선을 통과한 지원자들은 별도의 합숙을 통해 수행능력을 검증받아 합격자에 이름을 올린다.
 
'바이킹 인재' 면접시 필요한 서류전형에는 자기소개서만 제출한다.
 
상반기 바이킹 프로그램에 최종 합격한 지원자는 인턴십 결과에 따라 내년에 공채사원들과 함께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된다. 3년째 바이킹형 인재 채용 방식을 유지해온 SK는 올해도 바이킹형 인재를 전체 신입사원 채용 인원의 10~15% 비중으로 뽑을 방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자기 분야에서 넘치는 끼와 열정으로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이들이 바이킹형 인재"라며 "올해도 '바이킹형' 인재를 채용해 핵심 글로벌 사업과 신 성장사업을 견인하는 인재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LG "열정과 실행력 갖춘 인재"
 
LG그룹은 2000년부터 그룹 공채를 폐지하고 계열사별로 인력을 선발 중이다.
 
올해도 계열사별 공채를 유지하면서, 연구개발 인력과 경력사원은 수시로 채용할 계획이다. 서류전형 등 계열사별 상반기 공채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LG그룹은 지난해 1만4500명을 채용한 것보다 줄어든 인원을 채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올해에도 대학생 외국탐방 프로그램 ’LG 글로벌챌린저’를 통해 우수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우선 올 1분기 중 ‘LG 테크노 콘퍼런스’를 국내외에서 개최한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 CNS 등 주요 계열사가 참가하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행사에 참석한다. 구본무 회장도 직접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 2011년 열린 LG 인재개발대회에서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유비가 삼고초려를 한 것과 같이 CEO가 직접 찾아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LG전자는 ’잡 캠프’와 같은 신개념 채용 설명회를 통해 해당 분야의 역량과 열정, 창의력과 끼를 갖춘 인재들을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전문역량을 갖춘 석·박사급 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엘지니어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인재상에 대해 "시장선도에 대한 열정과 실행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라고 설명했다. 시장선도는 LG그룹의 핵심 경영철학으로, 직면한 위기를 돌파할 혜안과 실행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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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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