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심판' 3차 변론 '통일정책 위헌성' 공방

양측 참고인 출석 대리전 치열..'UN, 김대중 전 대통령' 폄하 논란도
재판부, 통진당측 '이석기·RO 재판 기록' 문서촉탁 이의신청 기각

입력 : 2014-03-11 오후 7:41:4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3차 변론에서 통진당의 강령과 주체사상 등 북한과의 연계성을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11일 헌법재판소 대법정에서 열린 이날 변론에서는 정부와 통진당측이 각각 내세운 북한전문가들의 대리전이 펼쳐졌다.
 
정부측 참고인으로 나선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통합진보당의 강령 및 18대 대선과정에서 주장된 통일정책은 북한의 주장 및 사상과 DNA가 같다”며 “겉으로는 민족적, 자주적 정권 내지 정부를 수립하자고 하지만 숨은 의미를 파악해보면 북한의 통일청책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유 원장은 “그 핵심 사상은 진보적민주주의로 김일성과 김정일이 대를 이어 공통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주체사상에 기초한 것이며 이를 밑바탕으로 한 것이 자주적 민주정부수립”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말하는 자주적 민주정부수립에서의 자주는 우리민족만을 말하는 것이고 북한은 남한을 미국의 식민지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남한이 자신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통진당이 주장하는 미군철수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유 원장은 통진당 활동에 대한 위헌성을 강변하면서 헌법과 최고가치인 자유민주적기본질서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진당의 정당 운영방식은 공산당의 민중집중제를 그대로 원용하고 있다”며 “이는 과거 레닌이 창안한 방식으로 북한 조선노동당 규약 11조를 비롯해 중국과 과거 소련 및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채택했던 정당 운영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유 원장은 “당헌과 당규를 통해 결정된 사항은 무조건 따라야 하고 이것이 민중집중제의 특성”이라며 “RO조직이 이렇게 움직였고 내란음모 유죄를 받은 그 조직 구성원들이 바로 통진당의 핵심구성원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진당측 대리인인 이재화 변호사는 “당론과 당명이 결정하면 당원으로서는 따라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니냐, 이 규정이 통진당 당헌에는 5조 2항에, 똑같은 문구로 새누리당과 민주당 당헌에도 있는데 이 당들도 위헌정단이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유 원장은 “그렇더라도 통진당의 민중집중제는 민중주의에 기반을 둔 것으로 프롤레타리아의 독재 민주주의”라며 “다른 정당과 동일시 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통진당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창현 국민대 교양학부 겸임교수에 대해서도 예리한 질문들이 오갔다.
 
정 교수는 본 질문에 대한 답변에 앞서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 통일운동, 평화운동은 양날의 칼 위에 서서 걸어왔다”며 “군사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으면서 국가보안법 적용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사람들이 무죄를 선고받고 있다. 북한과 연계해 탄압했던 과거 정부의 행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사용하고 있는 용어와 노선이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통진당에 모여 하는 말과 주장과 같겠느냐”며 “설령 그렇더라도 이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60년대 좌파경향에 있던 사람들에게 북한이 편승한 것”이라며 북한과 통진당과의 연계성을 부정했다.
 
정 교수는 통합진보당이 북한인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이수 재판관의 질문에 “북한이 펴고 있는 인권정책을 통진당이 찬성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북한이 우리 대통령에게 막말을 하고 비판한다면 공당으로서 당연히 비판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다만 “그러나 진보구성원들이 우리 정부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런 말은 없었다. 논리적으로 살펴보면 그렇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8대 대선 당시 이정희 통진당 대표가 들고 나왔던 ‘코리아연방제’에 대한 안창호 재판관의 질의에 대해 “조악한 수준으로 사회주의 내지는 북한의 연방제와 다르다”고 말했다.
 
코리아연방제는 북한이 주장했던 낮은단계의 연방제와 같다는 이유로 정부측에서 북한과의 연계성을 보여주는 주요 증거로 주장하고 있다.
 
정 교수는 “통진당이 북한의 낮은단계의 연방제를 채택했다면 논리상 발전해야 할 단계가 있는데 코리아연방제는 오히려 우리나라가 주장하는 연합제 논리를 혼용하고 있어 한 마디로 말이 안 된다”며 “연합제와 연방제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이론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통진당이 당헌으로 채택한 진보적민주주의에 대해서도 “통진당에는 정파와 분파가 여러그룹 존재하고 그 사이 이해관계가 매우 다른 것 같다”며 “그러나 진보적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할 당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RO'구성원 역시 진보적민주주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서로 다른 말을 할 것”이라며 “통진당이 특정한 이념에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구성원 중 일부분파가 현행법에 어긋나는 일을 했다면 현행법상 처벌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변론에서는 개인적 소견을 앞세운 정부측 참고인의 잇따른 발언으로 방청석에서 실소가 터지기도 했다.
 
정부측 참고인인 유 원장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우리나라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통진당측 김선수 변호사의 질문에 “인권위 판무관이 로비를 받아 나온 결과”라고 폄하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구성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는 김 변호사의 질문에도 “알고 있다. 그러나 유엔의 일개 판무관이 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이라는 자주국가가 법을 바꿔야겠느냐”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2000년 남북정상이 합의한 6·15공동성명에 대해 “남한의 통일안과 북한의 통일안이 상당부분 접근한 결과로 북한의 연방제와 남한의 연합제에 공통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 변호사의 질문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 남한측 통일정책 방향과 유사하다고 판단한 것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동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김 대통령이 위헌적 행동을 한 것이냐”고 묻자 “김 대통령은 위헌적 행동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을 촉탁하는 것은 재판 중인 사건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낸 통진당측 이의신청을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기각했다.
 
또 정당해산심판 진행을 민사절차로 준용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다만, 절차상 정당해산심판 성질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서면으로 밝힐 경우 재판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기일은 4월1일 오후 2시에 대심판정에서 열리며 본격적인 서증조사가 시작된다.
 
◇헌법재판소(사진제공=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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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