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두번째 국정원 압수수색..이번엔 각도가 다르다

채동욱 前총장, 박 대통령 '불공정 대선' 건드려..이후 검찰 '풍파'
증거위조 사건엔 朴도 '국정원 리스크' 부담.."철저 수사" 힘 실어줘

입력 : 2014-03-11 오후 2:11:49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 위조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0일 국가정보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진상조사팀에서 수사팀으로 전환한지 사흘만이다.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은 사상 세 번째로 그 중 두 번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이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국정원 1차 압수수색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때였다.
 
지난해 4월30일 오전 8시50분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사건을 수사 중이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박형철 부팀장을 필두로 총 25명의 인원을 내곡동 국정원으로 보내 압수수색했다.
 
국정원 심리정보국과 이를 지휘하는 3차장실, 국정원장실을 수색했으며 국정원 직원들의 PC와 휴대전화, 노트북 등을 압수했다.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검찰 고위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다. 국정원 측으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을 수 있지만 국정원이 모든 자료들을 내놓았는지 보장을 하지 못한다"면서 "이번 사건은 원칙에 따른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 전 총장이 직접 수사팀을 챙기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국정원 주요 간부들을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하는 등 수사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국정원 수사 후 검찰 상당한 '진통'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검찰은 기소 전 원 전 원장 등의 사법처리 수위와 혐의 적용을 두고 법무부와 상당기간 동안 진통을 겪었다. 수사결과 발표 당일에는 수사사항이 미리 언론에 유출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검찰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에 대한 후유증을 심각하게 겪어야 했다. 1차 수사결과 발표 후 수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수많은 정치적인 외압 의혹이 제기됐고 급기야 채 전 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검찰을 나갔다.
 
또 윤석렬, 박형철 등 수사팀 핵심 관계자들은 당시 수사라인 정점에 있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외압에 의한 항명' 파동으로 징계처분을 받고 사실상 좌천됐으며, 조 지검장 역시 그 여파로 검찰을 떠나는 등 검찰은 다시 없는 혼란에 휩싸였다.
 
◇왼쪽부터 채동욱 전 검찰총장, 박근혜 대통령, 김진태 검찰총장.ⓒNews1
 
특히 채 전 총장의 사퇴는 표면적으로는 '개인적 일탈'에 의한 것이었지만 정치적인 보복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직접적인 이유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대선의 승자인 박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는 점이다.
 
또 압수수색 등으로 국정원 본진을 치고 전직 국정원장과 간부들을 기소하면서 국정원이 벼르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조선일보를 통해 보도된 '혼외자' 의혹 사건의 뒷면에는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12)의 가족관계등록부와 학적부, 출입국 관련 기록부 등 접근이 어려운 기록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국정원이 움직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실제로 최근까지 채 전 총장의 '혼외자'사건 수사를 통해 검찰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채군의 개인정보 등 유출과정에는 송 모 정보관 등 국정원 직원이나 국정원에 파견돼 근무했던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검찰이 이번에도 국정원을 압수수색 했지만 채 전 총장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거라는 게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현직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이번(국정원 증거위조 사건)은 전(대선개입 의혹사건)과 사안이 전혀 다르다. 따라서 들어가는 각도도 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선 증거위조 의혹 사건은 박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큰 얼개는 간첩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에 대해 유죄를 이끌어 내기 위해 국정원이 '협력자' 등 비선을 통해 증거를 위조했다는 의혹이다.
 
◇국정원, 선친 당시 '中情' 오버랩..박 대통령 '부담'
 
이 사안은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반공 작전'에 혈안이 된 중앙정보부와 오버랩이 되면서 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있다.
 
우호관계에 있는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도 박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된다. 자국 내에서 정보원을 동원해 공안당국과 접촉을 시도하고 관인 등 공문서를 위조한 사안은 외교적으로 중대한 사건이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껄끄럽다. 이미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의 대북 정보활동 체계나 방법, 동향, 지역 등이 북한에 노출된 셈이다.
 
박 대통령도 사건 발생 후 긴 침묵을 깨고 '철저한 수사'를 검찰에 지시했다. 국정원에게는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최후통첩을 전했다. 이 말이 있고 6시간쯤 뒤 검찰은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앞서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수사팀에게 연일 독려했다. 진상조사팀이 꾸려진 지난 주말에는 "형사사법제도의 신뢰와 관계된 문제"라며 "법과 원칙대로 철저히 조사하라"고 강조했다.
 
수사상황 보고도 팀장인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검사장)으로부터 직접 받거나 대검 참모들을 통해 받는 체제를 유지하면서 사건 수사를 직접 챙기고 있다.
 
박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고 김 총장 역시 각오를 다지고 있으나 마음은 불편하다. 이번 사건의 적지 않은 부분에는 검찰의 과오 역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본이든 위조본이든 국정원이 건넨 증거를 별다른 검증 없이 법원에 제출한 것은 검찰이다. 지난달 13일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서울고법에 보낸 사실조회 신청 답변서에도 "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공문서 3건은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검찰을 지목했다.
 
앞서 천주교인권위는 지난달 26일 유우성씨 간첩사건 수사와 공판에 참여한 검사 2명을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로 국정원 관계자들과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통합진보당도 11일 이들 검사들과 남재준 국정원장 등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국정원 지나고 나면 다음은 검찰
 
국정원 압수수색과 대공수사국 요원 등 국정원 직원들의 줄소환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만 다음 순서는 검찰 자신인 셈이다. 
 
김 총장의 의지에 따라서는 '여전한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이후 검찰은 더 높은 강도의 '검찰개혁'을 외부로부터 주문받게 될 전망이다.
 
전직 고위 검찰 관계자는 "김 총장으로서는 이번 사건이 절체절명의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며 "잘 해내리라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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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