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가투명해야 시장이산다)③내·외부, 투트랙 해결이 '답'이다!

기업 내부감시 강화 필요 '공감대'..외감인 독립성 강화도 필수
'감사인 지정제' 전면확대 논의 활발.."부작용 대비해야" 지적도

입력 : 2014-03-28 오전 11:11:08
[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국내 기업의 낮은 회계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면서 부실한 회계처리와 감사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회계법인, 회계제도를 아우르는 근본 대책을 통해 외부감사인과 기업의 유착관계를 막고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업·외부감사인, 내부 감시기능 강화 '공감대'
 
무엇보다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내부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국내 대형 금융사 대다수가 회계 전문 인력을 1~2명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도, 기업이 책임있는 회계보고서 작성에 소홀해질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승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조사본부장은 "재무제표를 직접 작성하는 것을 중시하는 감독당국의 방침에 대해 기업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계법인도 감사품질 위주의 조직 운영을 위한 개선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자체 본부별로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고, 회계사회에서도 법인들이 감사품질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대표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회계사회에서는 회계감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관련법 개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비상장법인들의 법인세 신고 기한을 1~2개월 늦춰 3월에 감사 업무가 집중되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계부처에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제도 변경을 통해 업무 분산이 되고 적정한 인원 투입과 충분한 감사 시간 확보가 가능하도록 국세청,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건의했고 이를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료제공=금감원)
 
◇금융당국, 회계분식 예방 주력
 
금융당국은 기업과 회계법인이 제기하는 회계감사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1월부터 회계감리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했다. 이를 통해 회계분식 행위를 적발하고 사전예방하는 데 업무를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당국은 또 올해 상·하반기에는 총 10개 회계법인을 감리 대상으로 하고 3~4주간 현장에 감리 인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상장사와 자산총액이 1000억원이 넘는 비상장자(1년유예)는 오는 7월부터 감사 전에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를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하게 된다. 감사인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해주는 일을 금지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회계감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상장법인의 재무제표 공시시한, 법인세 신고기한 연장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세 신고기한이 3월로 돼 있어 감사 기간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다"며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세무당국과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인세 신고는 3월 말에서 한달 연장할 수는 있지만, 약 8%에 달하는 가산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 신고 시기를 늦추는 기업은 드물다.
 
일각에서는 내부자 고발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현재 최고 1억원인 포상금액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외감인 지정제 확대 찬반 '팽팽'..관련법 개정논의 활발
 
이처럼 기업의 회계투명성 강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치권에서 관련 법안 발의도 잇따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민주당 의원은 다음달 3일 외감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개정안은 현행 자유수임제를 대신한 외부감사인 지정제의 전면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김기준 의원실 관계자는 "상장법인과 금융사는 감사인 지정제를 통해 감사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라며 "회계법인 역시 지정제 참여를 위해 일정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 투자하는 등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장사와 금융회사 전반으로까지 외부감사인 지정제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찬반을 놓고 열띤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기업의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지정 대상 범위를 확대하자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0일 증선위의 지정감사인 지정사유와 지정감사인 재지정 요청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외감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증선위가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사유에 재무제표를 기간 내에 제출하지 않은 회사, 재무제표를 외부감사인이 대리작성한 회사 등을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특정한 사유가 있지 않은 회사까지 외부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외부감사인 지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은 부작용을 감안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장법인 관계자는 "현행 자유수임제를 변경해 감사인 지정제로 변경하자는 논의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비용부담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감사인 지정제 확대는 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긍정적이지만, 기업이 감사인을 지정받을 경우 감사인의 힘이 과도해져 높은 보수를 요구할 소지도 우려된다"며 "지정 대상을 확대한다면 그 항목 개발에 있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지정 회계법인에 대한 감사품질을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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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