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이 최근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사법부의 크고 작은 사건에 대해 뼈저린 자성을 촉구했다.
박 처장은 28일 오후 2시 대법원 401호에서 열린 전국 수석부장회의에서 "먼저 드리고 싶은 질문은, 과연 우리 법관 사회가 지금의 상황의 이 엄중함을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국민의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마냥 남의 일처럼 여기고만 있거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무감각한 것은 아닌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께서 함께 점검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특히 "법원이 하는 수천, 수만 건의 판결 중 0.1%, 0.01%의 판결, 아니 단 한 건의 판결이라도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는 비판을 받는다면 사법작용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결정적 타격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이번 주 내내 체감하고 있다"며 허재호 대주그룹 '황제노역' 판결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이어 "또한 법관의 사생활에 있어서도 잠시 방심해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다면 법관 전체의 명예와 위신에 커다란 손상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최근 2년 여 동안 전국의 법원구성원들은 온갖 아이디어를 내어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 왔다"면서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제대로 결실을 맺어 국민의 신뢰가 굳건히 다져지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일들로 말미암아 그렇게 공들여 쌓은 탑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겪는 마음은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는 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법부 전체를 대표하고 한 건 한 건의 판결이 곧 전체 사법부의 판단으로 인식된다는 것을 모든 법관들이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며 "특히 과연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재판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울리는 처신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아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 수석부장판사 회의는 해마다 이맘때면 정기적으로 모여 사법부의 현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그동안까지는 국민과의 소통이나 새로 시행되는 사법정책이나 재판 개선안, 법관 인사 개편안 등이 주 논의 대상이었으나 이번에는 최근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황제노역'에 따른 환형제도 개편이 주 논의 대상으로 올랐다.
아울러 최근 만취상태에서 술집 종원에게 폭언을 하고 연행하는 경찰관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된 경기지역 모 부장판사 사건과 관련해 법관들의 생활윤리 개선 문제도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는 전국에서 수석부장판사 등 총 43명이 참석했다. 전국 5개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사법정책연구원, 특허법원의 수석부장급 법관, 18개 지방법원 수석부장과 서울가정법원,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 그리고 법원행정처 차장 및 각 실국장, 심의관 등이 참석했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이 28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수석부장판사 회의에 앞서 굳은 얼굴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