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사업에 참여한 대형건설사들이 담합한 사실이 확인돼 과징금을 물고 검찰에 고발됐다. 경인운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과 함께 추진했던 숙원사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인운하 사업 입찰 과정에서 사전에 공구를 분할하는 이른바 '나눠먹기 담합' 등을 벌인 11개 건설사에 대해 과징금 총 991억원을 부과하고, 법위반 정도가 큰 9개 법인과 해당 전·현직 고위 임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3일 밝혔다.
고발 조치된 업체는 대우건설·SK건설·대림산업·현대건설·삼성물산·GS건설 등 '건설 빅6'와 현대산업개발·동부건설·남양건설이다.
남양은 동부의 들러리를 선 댓가로 같은해 4월 공고된 7억여원 규모 동복계통 도수터널 공사 입찰 과정에서 교차 들러리 역을 지원 받아 수주를 따냈다. 그러나 재정적 어려움 등이 인정돼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는 빠졌다.
담합건설사들은 지난 2008년 12월 경인아라뱃길 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전환되자, 한달여 간 정보를 교환하는 모임 등을 열어 총 6개 시설 공구에 대한 각 사의 참여 공구를 미리 결정했다. 실제 입찰공고가 나온 2009년 1월23일보다도 1년여 앞서 담합계획을 짜온 것이다.
건설 빅6사는 입찰 공구 전체 6개중 제4공구를 제외한 5개 공구를 나눠 갖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중간에 SK건설이 마음을 바꿔 당초 5공구가 아닌 6공구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제1공구(현대), 2공구(삼성), 3공구(GS), 6공구(SK, 대우, 대림)에 대한 분할이 합의됐다.
6개 대형건설사들은 공고가 나자 '09년 4월23일부터 5월4일까지 합의대로 투찰하면서 일부는 들러리까지 세웠다.
현대가 1공구에 현대엠코를, 삼성이 한라를 2공구에, GS가 동아를, 동부가 남양을, 현대산업개발이 금광을 5공구에 세우는 식이다. 이들 들러리사는 저급 설계를 내거나 투찰가격을 높게 제출하는 방식으로 담합에 기여했다.
그 결과, 1~3공구에서는 담합한 내용대로 낙찰이 됐고, 6공구에서는 SK가 대우와 대림을 제치고 수주를 따냈다. 4공구는 동부, 5공구는 현대산업개발이 낙찰 받았다.
빅6의 대형건설사의 경우 4대강 입찰에서 담합으로 적발된데 이어 경인운하에서도 또 담합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대형건설사들의 담합비리가 잇따라 확인된데 대한 가중처벌도 필요해 보이지만 공정위는 신중한 입장이다.
신영호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4대강 1차 턴키 비리와 관련해 적발된 건설업체를 조달청에 알려 입찰참가자격제한을 받게 한 바 있다"면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건설사 비리가 시대적 특수성 때문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2009년 대형건설사들에 대해 굉장히 많은 발주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생긴 비리 등이 지금 밝혀지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향후에도 건설사들이 이처럼 담합 등 위법을 벌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발주처에 위법 사실을 통보해 향후 입찰을 전개할 때 충분히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는 있지만 공정위가 그 외에 특정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부서는 아니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4대강 턴키 입찰비리로 적발돼 부적격 업체로 제제받은 건설사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가처분 상태에 있다.
공정위는 "6대 대형건설사들의 나눠먹기 담합의 실체를 규명·조치함에 따라 향후 건설입찰 시장에서 경쟁이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공공입찰담합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이 적발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