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한때 시장가치로 세계 최대 은행이었던 씨티그룹이 5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주가가 1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이날 주당 1.02달러로 마감한 씨티 주가는 장중 한 때 97센트를 기록했다. 씨티는 올해 들어 주가가 85% 하락하고 뉴욕지부의 시장가치가 57억달러로 주저앉는 등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 2006년 씨티 주가는 주당 55.70달러, 시장가치는 2772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씨티그룹은 현재 세계 금융회사 중 시장가치 순으로 184위를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말레이시아의 버미푸트라 코머스 홀딩스, 그리고 씨티그룹이 20%의 주가를 소유하고 있는 터키 은행 AK뱅크 타스보다도 낮은 순위다.
인베스코의 다이앤 가닉 투자자는 "씨티그룹 주가를 마침내 1달러에 살 수 있게 됐다"며 "산하에 많은 기업을 거느리는 초대형 기업 모델이 실패함에 따라 은행권은 기업가 정신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으며 회사들은 이제 틈새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씨티는 지난 5분기동안 375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후 미 정부의 450억달러 구제자금을 받은 바 있다. 정부는 지난 주에 보유중인 씨티그룹의 보통주를 우선주를 전환하기로 합의하고 씨티 지분 36%를 확보하는 등 향후 손실을 완충하려 애쓰고 있다.
◇상장폐지 규칙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12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후 뉴욕 증권거래소의 유로넥스트 지수는 주가가 1달러 밑으로 내려간 회사들을 상장 폐지한다는 규칙 적용을 6월 30일까지 미루기로 했다.
현재 씨티그룹은 올해 들어 25% 하락한 다우 지수 30종목 중 가장 작은 회사이자 가장 나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다.
구겐하임 파트너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스캇 미너드 최고투자자(CIO)는 "씨티 주가 1달러 하회는 위기가 얼마나 극대화됐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1998년 씨티코프와 트래블러스 그룹의 합병으로 탄생한 씨티그룹은 합병 규모가 그 당시 역사상 최대 규모인 850억달러에 달했었다. 당시 양사의 합병은 미 정부가 경제 대공황 시대의 법, 즉 은행들이 소비자 예금을 토대로 위험도가 높은 투자은행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글래스-스티걸 법*을 철회하도록 부추긴 바 있다.
*글래스-스티걸 법(Glass-Stegal Act)
: 미국에서 1933년에 제정된 상업은행에 관한 법률. 공식명칭은 1933년 은행법(Banking Act of 1933)이지만 이 법을 제안한 의원들의 이름을 따 글래스-스티걸 법이라고 불리고 있다. 1929년 주가 대폭락과 뒤따른 경제 대공황의 배경 중 하나로 상업은행의 방만한 경영과 이에 대한 규제장치가 없었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은행들이 위험도가 높은 증권 업무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에서 마련됐다.
이는 어느 한 금융업종에서 혼란이 발생해도 대공황 당시처럼 다른 업종으로 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업종간 칸막이를 쳐 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유력한 은행이자 증권사였던 JP모건의 증권 분야가 모건스탠리로 독립한 것도 이 법의 규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미 금융권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으로 분리돼 고유 업무에만 종사하도록 제한됐다. 현재 미 상업은행은 증권업에서의 수입이 전체 수입의 25%를 넘지 못하며 인구 5000명 미만의 지역에서만 보험업을 할 수 있도록 엄격히 규제받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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