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계모들의 엽기적인 의붓딸 살해사건에 대한 선고가 11일 비슷한 시간에 울산과 대구에서 내려졌다.
‘울산 계모 의붓딸 살해사건’의 범죄자 박모씨(43)에게는 징역 15년이 선고됐고, ‘칠곡 계모 의붓딸 살해사건’의 주범인 임모씨(36)에게는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공교롭게도 이번 두 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의붓딸로 나이도 같은 8세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학대와 폭행을 당해왔으며, 늑골이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고 참담하게 숨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울산지법 형사3부(재판장 정계선)는 박씨의 살인 혐의 대신 상해치사의 유죄를 인정했다.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앞서 사형을 구형했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성엽)는 상해치사 및 아동복지법(아동학대)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형은 징역 20년이었다.
징역 15년과 10년 모두 매우 중한 형이다. 그러나 이날 판결이 선고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격앙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 재판부는 나름대로의 법리적인 근거를 들면서 오히려 중하게 처벌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비판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칠곡계모 의붓딸 살해 사건'에 대한 선고가 내려진 11일 대구지법 앞에서 엄벌을 촉구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 하늘소통 회원들(왼쪽)과 울산지법 선고공판에 참석한 뒤 오열하며 법원을 나서고 있는 '울산 계모 의붓딸 살해사건' 피해자 A양의 친모.ⓒNews1
비슷한 사례에서 외국의 판결은 어떨까.
아동인권 침해에 매우 엄중한 미국과 독일, 영국 등에서는 대부분 살인죄를 인정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3년 발생한 영국의 ‘다니엘 펠카(Daniel Pelka)’ 사건이다. 이번 울산과, 칠곡에서 발생한 비극과 매우 닮았다.
2013년 4살된 다니엘 펠카는 계부로부터 수개월동안 감금과 구타, 체벌 등을 받아오다가 계부로부터 머리를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계부는 다니엘을 병원으로 후송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했다. 다니엘이 머리를 다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다.
재판부는 계부에게 살인죄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여기에 최소 구금기간을 30년으로 정했다. 영국은 법정 최고형이 무기징역이다.
독일 재판부도 2007년 발생한 ‘카롤리나(Karolina)' 사건에서 3세인 의붓딸을 구타해 뇌손상으로 사망시킨 계부에게 살인죄를 인정, 부기징역을 선고했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2013년 계부가 3세 된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다가 바닥에 집어던져 사망시킨 ‘엘리 존슨(Eli Johnson)' 사건, 같은해 계부가 3세의 의붓딸을 담뱃불로 지지고 치아를 강제로 뽑는 등 학대하다가 요로염이 생기자 방치해 숨지게 한 ’에드나 헌트(Edna Hunt)'사건 모두 살인죄의 유죄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특히 이번 울산 사건과 같이 의붓딸이 구타와 학대로 혼수상태에 빠지자 뒤늦게 응급실로 옮겼으나 사망한 사건처럼 살인의 고의성 인정에 논란을 빚었던 ‘릴리 퍼노(Lily Wolfenbarger-Furneaux'2012년) 사건에서 미국 법원은 살인죄를 인정,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씨를 살인죄로 기소한 울산지검은 이번 1심 판결에 즉시 항소하기로 결정했으며, 임씨를 기소한 대구지검은 공소장을 변경 살인죄를 적용해 항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