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통상임금 관련 법률개정안 추진에 대해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업계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과 자동차 부품 제조사 대표들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통상임금의 산정 범위를 '1임금지급기(1개월)'로 명문화하는 입법만이 법적 안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새로운 임금체계와 임금수준 조정이 원만히 합의되도록 협상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노조의 협의 의무를 신설하거나 자율합의 시점까지 신의칙 법리를 명기해 임금 소급문제를 사전에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자동차산업協 "정기상여금 포함되면 인건비 부담 늘어"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20여년간 자동차 부품 산업계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라는 정부의 행정예규를 신뢰하고 통상임금 판단 기준으로 여겨왔다"며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면 앞으로 부품업체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도한 인건비 부담은 완성차를 비롯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급격한 경쟁력 악화로 이어져 중국 등 노동비용이 낮은 국가로의 이전 확대 또는 해외 생산기지로부터 바이백(Buy-Back) 비중을 늘려나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새로운 노사갈등과 산업 공동화에 따른 고용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한국고용노사관계획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통상임금 범위의 확대로 부품업체의 인건비는 5914억원(9.4%) 증가하고, 투자는 13%, 고용은 7516명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달석 이사장은 "수출과 내수의 동반하락,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간의 임금격차 심화 등 양극화를 불러와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동반성장 정책을 훼손할 것"이라며 "특히 영세한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는 폐업이 불가피할 정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 분야의 주요 경쟁국인 일본을 예시로 "일본은 노동기준법 시행규칙상에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임금과 각종 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문화돼 있다"며 "이뿐 아니라 연장·야간 또는 휴일 근로 시 가산임금 할증률은 통상임금의 25~35%로 적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조합은 중소·중견 자동차 부품업체가 노사 자율로 새로운 임금체계와 임금수준 조정에 합의할 수 있도록 정부, 국회 등 관계기관을 찾아 '1임금지급기' 명문화 입법을 건의할 계획이다.
◇15일 통상임금 법률개정에 반대하는 자동차 부품업계의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왼쪽 두번째)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해훈기자)
◇근로시간 단축·저탄소차 협력금도 경쟁력 약화 요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근로시간 단축과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시행에 관한 업계의 반대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 2012년 자동차산업학회가 300여개의 부품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업체별·공정별 차이에 따라 주당 근로시간이 평균 9.1시간 줄어들고, 생산량은 1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이사는 "업계에서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는 근무하는 것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근로시간을 줄이면 생산 차질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도금, 도장, 열처리, 주물, 사출 등 뿌리산업은 고질적 인력난 속에서 신규 충원은 하늘의 별 따기고, 설비투자도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규모별 일정기간 시행 유예 ▲휴일근로 중복할증 불인정 명시 ▲유예기간 만료 뒤 추가연장 근로 허용규정 마련 등이 반영된 입법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조합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대부분 차종이 부담금 영역에 속해 국내 완성차의 판매가 더 감소하고, 이는 결국 부품업체의 매출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 전무이사는 "이미 2012년부터 세계 수준의 연비·온실가스 배출규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중복규제에 해당한다"며 "하이브리드(일본) 또는 소형 디젤(유럽) 부문은 수입차와 비교해 열세가 뚜렷해, 예정대로 2015년에 시행되면 2017년에는 보조금 혜택을 받는 국산 차종은 전무하고, 수입차만 혜택을 받는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편 2012년 기준 국내 완성차업체 7개사와 거래하고 있는 1차 협력사는 총 887개사로, 이중 대기업이 205개사(23.1%), 중소기업이 682개사(76.9%)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