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풀기' 끝난 검찰 해운업 비리수사..항공·철도도?

'세월호 수사'와 별도로 인천·부산지검에 특별수사팀 운용
경영부실·부패 근절로 국민안전확보가 큰 그림..뒷북 비판도

입력 : 2014-04-25 오전 11:4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세월호 참사'에서 시작된 수사가 해운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해운업계를 겨눈 검찰의 칼날 각도가 예사롭지 않다.
 
일단 검찰은 여객선 운항에 대한 전반적인 사정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여객산업에만 머물 태세가 아니다. 사정 대상도 해운업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련 공무원까지 올려놓고 있다. 이른바 해운업계와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화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검찰은 특히 인천이나 부산 등 일부지역이 아닌 전국 각지역을 상대로 점검과 정보수집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시작된 원전비리 수사와 비교되지만 그 보다 더 범위가 넓다는 분석이다. 
 
인천지검이 지난 23일 오후 1시 30분부터 한국해운조합 본사와 인천지부를 전격 압수수색한 데 이어 24일은 부산지검이 한국선급을 압수수색했다. 
 
인천지검이 한국해운조합을 압수수색하는 사이 전국 검찰도 같이 움직였다.
 
◇지난 23일 전국 주요 항구 및 여객선 등에 대한 긴급 점검을 나간 검찰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인천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 외부 구명보트가 제대로 팽창하는 지를 점검하고 있다.ⓒNews1
 
◇한국해운조합 압수수색 때 전국 검찰 같이 움직여
 
김진태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오전 지시한 지 하루만에 전국 주요 여객항만 소재지 관할 검찰청 19개 지청 검사와 수사관들이 동시에 항만으로 들이닥친 것이다. 
 
점검대상 항구는 인천을 포함해 16개 항이다. 성산포항 등 제주지역, 대천항 등 충남지역, 갈두항 등 전남지역, 울릉항 등 경북지역, 연평도 항 등 경기지역 등이 포함됐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당일 "진도 여객선 침몰사건 이후 아직도 여객화물 선박들이 안전 운항과 관련된 제반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한 '점검'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래 해양경찰과 유관기관이 해야 할 일이지만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여력이 없기 때문에 검찰이 나섰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또 "점검은 당일 하루”"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긴급 점검이 '해운업계 정화'를 목적으로 한 일종의 '몸풀기'로, 사전 범죄정보 수집활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원법·항만운송사업법 등 주요 법위반 점검
 
검찰이 '점검' 당시 들고 나간 체크리스트에는 관련법 목록과 함께 중점적으로 들여다 볼 위반유형이 들어 있었다.  
 
선원법, 선박안전법, 해운법, 선박직원법, 항만운송사업법, 해사안전법, 유선 및 도선 사업법 위반 여부 확인이 중점 조사 사항이다. 
 
이 가운데 항만운송사업법상 무등록항만운송사업이나 무등록(미신고) 항만운송관련 사업, 유선 및 도선사업법상 무면허·미신고 유·도선 사업 등은 선장이나 선원 개인이 아닌 선사와 직결된 것이다. 물론 해운선사가 모인 한국해운조합도 연결된다. 항만청이나 해양수사부 등 관련 부처도 관련이 있다. 
 
인천지검의 경우 여객선 두 척을 점검하고 항만청에 결과를 통보해 그 중 P여객선에 대해 항해정지명령을 내렸다. 레이더 2개 중 한 개의 가동시간이 9000시간이 넘었다. 진수 이후 한번도 교체를 안 한 것이다. P여객선은 이 외에도 유수분리기와 스프링클러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천지검은 이달 말까지 17척을 대상으로 점검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여객선이 끝나면 낚시배 등 유선도 점검할 계획이다. 
 
대검 역시 형사부(부장 조은석 검사장)에서 전국 각 청의 점검결과를 건네받아 분석 중이다. 점검결과가 나오면 항해정지 등 행정처분이 필요한 여객선은 관련 부처에 통보하고, 혐의가 의심되는 해운사에 대해서는 수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대검 형사부 점검결과 및 정보 분석중
 
일단 수사가 시작되면 경영자 역시 이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성수대교 붕괴 사건 등 대형 참사를 보면 회사의 경영부실이 사고에 그대로 전이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번 해운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도 국민 안전 위협의 뿌리인 해운사의 경영부실을 도려내 대규모 운송수단과 관련된 국민 안전을 확보한다는 게 큰 그림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해운업계 정화가 완료되면 이후 항공, 철도 분야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점검 및 수사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이 이번 세월호 사건과는 별도로 해운업계를 조사하고 있는 곳은 인천지검과 부산지검 두 곳이다. 
 
◇인천지검 해운업 비리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를 압수수색 하고 있다.ⓒNews1
 
인천지검은 송인택 1차장검사가 특별수사팀을 꾸려 총괄지휘하고 있고 박찬호 형사4부장이 주임검사를 맡았다. 우선 한국해운조합부터 수사를 진행 중이다. 1차장 산하인 형사3부(부장 고민석)도 특별수사팀에 포함 된 것으로 보인다. 형사3부는 이번 여객선 긴급 안전점검을 나갔다. 
 
부산지검 특별수사팀은 배성범 2차장검사가 총괄지휘하고 박흥준 특수부장이 팀장을 맡았다. 현재 한국선급을 집중 조사 중이다. 
 
이들 특별수사팀은 '세월호 사건' 자체의 수사를 맡고 있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이성윤 목포지청장)나 윤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일가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차장검사)과는 별도로 움직인다. 
 
◇"해운업계 전반에 걸친 비리 스크린"
 
송 차장검사는 "청해진해운 관련 수사와 별도로 해운업계 전반에 걸친 잘못된 관행이나 비리에 대해 스크린할 필요가 있어서 수사팀을 별도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돈 있는 곳에 범죄가 있다"며 "공무원이나 해운조합 등에서 제공하는 공제조합 등도 관련 고리가 나오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취임 1주년인 지난 3월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검찰은 곪을 대로 곪은 공공기관 비리 수사에 집중하겠다"며 "비행기, 철도, 선박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운송수단 비리 수사가 최우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해운업계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사정이나 이후의 수사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황 장관의 복안대로라면 해운업계 다음은 항공이나 철도 업계가 사정 대상이다.
 
그러나 이 발언이 있은 한달 동안 이렇다 할 조치가 없다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뒷북'이라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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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