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부호들)16.샤오미 '레이쥔', 잡스 추종자에서 추적자로

중국판 스티브 잡스, '애플 따라하기'로 대륙 점령
'짝퉁 애플' 샤오미, 작년 2~3분기 中 판매량 애플 제압
샤오미, 스마트폰 판매 1년새 160% 급증..해외 진출도 박차

입력 : 2014-04-28 오전 10:06:42
◇레이쥔 샤오미그룹 창업자(자료=샤오미 공식 홈페이지)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청바지에 검은 상의·운동화를 착용한 채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에 열중하는 '혁신의 아이콘'
 
누가 연상되시나요? 아마 십중팔구는 전 세계 모바일 혁명을 이끌고 2011년 세상을 떠난 고(故) 스티브 잡스를 떠올릴 텐데요.
 
다만 중국인이라면 잡스 대신 다른 대답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을 즐기는 레이쥔(雷軍) 샤오미(小米)그룹 창업자가 중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20여년 뒤에는 오히려 잡스가 미국판 레이쥔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오고 갑니다.
 
물론 레이쥔의 '잡스 따라잡기'가 눈물겹다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가 회사의 스마트폰 모델명 마저 샤오미1S, 샤오미2, 샤오미2S로 붙히는 등 노골적으로 애플을 따라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어서인데요. 이 때문에 샤오미에는 항상 '짝퉁 애플'이라는 굴욕적인 꼬리표가 달립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뻗어나가는 샤오미의 성장 속도만큼은 애플과 삼성전자(005930)를 위협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중국에서의 샤오미 스마트폰 판매량은 작년 3분기에 510만대를 달성했습니다. 380만대를 기록한 애플의 중국 판매량을 2분기 연속 앞지른 것입니다. 이에 힘입어 샤오미의 작년 판매량은 1870만대로 1년 전에 비해 160% 가량이나 늘어났습니다.
 
샤오미는 올해도 무서운 속도로 전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회사의 1분기 스마트폰 판매는 작년 연간 판매량의 58%에 달하는 1100만대를 기록했고,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6000만대와 1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좁쌀(小米)이 큰 쌀알(大米)이 됐다던데요." 리커창 총리가 좁쌀을 뜻하는 샤오미의 급격한 성장세를 빗대 올 초 레이쥔에게 건넨 말입니다.
 
그렇다면 2010년 혜성처럼 등장한 샤오미가 겨우 몇 년 만에 짝퉁 논란을 딛고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레이쥔이 강조하고 있는 초저가 전략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설명합니다. 시장 조사업체 칸타라월드패널도 "샤오미는 소비자들에게 고성능의 저가폰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샤오미의 주력 스마트폰 제품 중 하나인 '샤오미3'는 현재 중국에서 1999위안 수준에 팔리고 있습니다. 이는 4488위안에 달하는 애플 저가 모델 아이폰5C의 절반도 채 안 되는 값인데요. 스마트폰을 갈구하는 20~30대 젊은 층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아직 평균 소득 수준이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높지 않은 중국 내 평범한 소비자들에게 딱 맞아 떨어진 것이죠.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는 샤오미의 유통구조 역시 레이쥔을 성공으로 이끈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상 오프라인의 유통 마진은 판매 가격의 40%에 달하지만, 온라인은 그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에서 물량의 80% 가량을 판매하는 샤오미는 비용 절감이 가능해져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레이쥔은 고객들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자체 블로그를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이를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 같은 '고객 지상주의' 전략 덕분에 '미펀'(米粉)으로 불리는 샤오미 제품에 열광하는 열혈 팬들도 애플 못지 않게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충성도 높은 고객들은 레이쥔의 또 다른 큰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한 길거리 광고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샤오미 제품이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에서 충분히 홍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12년 출시된 샤오미2는 판매 시작 2분51초 만에 물량 5만대가 완판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레이쥔의 재산은 올해 280억위안까지 불어나, 처음으로 중국 부호 조사기관 '후룬연구소'의 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레이쥔의 성공이 결코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그는 샤오미를 창업하기에 앞서 후베이(湖北)성의 우한대학교 전산과에서 2년 만에 학점 이수를 마친 뒤, 친구 3명과 함께 산써(三色)라는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는 당시 사무실로 사용한 대학 근처 작은 호텔에서 밤낮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열중해 중국어를 구현하는 PC 카드를 제작했는데요. 며칠 뒤 대형 업체들이 기술을 도용해 더 낮은 가격의 복제품을 쏟아내면서 첫 사업을 접게 됩니다.
 
이후 레이쥔은 1992년 베이징에 있는 진샨(金山)이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경영진으로 합류하고, 16년 간 근무하면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성장합니다. 그는 아직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만큼은 샤오미가 삼성전자에도 뒤지지 않는다며 자화자찬합니다.
 
레이쥔은 이제 안방인 중국에서 벗어나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도하고 있는 해외 시장도 넘보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구글에서 안드로이드를 총괄하던 휴고 바라도 부사장으로 영입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지난 23일 "연내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세계 10개국에서 샤오미 제품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며 해외 시장에서의 야심 찬 포부도 드러냈습니다.
 
'중국의 애플'을 넘어서 세계 속의 회사로 거듭 나기 위해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레이쥔. 그의 거침없는 질주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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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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