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헌법재판소가 임기만료로 퇴임한 헌법재판관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아 공석상태를 유발시킨 국회의 행위에 대해 사실상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대기환경법 40조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오 모 변호사가 “국회가 임기만료로 퇴임한 조대현 전 재판관의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아 공석상태에서 헌법소원심판을 받게 돼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권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부작위에 의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그러나 조 전 재판관의 후임을 비롯해 재판관 3인이 선출됐고, 이후 충원으로 성원이 된 9인의 재판관 결정으로 오 변호사가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권리보호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판청구권에는 다양한 가치관과 헌법관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합의체가 담당하는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며 “국회가 선출해 임명된 재판관 중 공석이 발생한 경우 국회는 공정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을 위해 공석인 재판관의 후임자를 선출해야 할 구체적 자위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또 “헌법은 국회가 공석인 재판관의 후임자를 선출해야 할 기간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헌법재판소법 6조 2항은 재판관 선출시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야 하고 국회법 및 인사청문회법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며 “해당 법규정들의 입법취지를 종합해보면 그 기간은 공석인 재판관 후임자의 선출절차 진행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한 ‘상당한 기간’으로, 국회는 이 ‘상당한 기간’ 내에 공석이 된 재판관의 후임자를 선출해야 할 헌법상 작위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조용환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선출안 부결 이후 조대현 전 재판관 후임자를 비롯한 3인의 후보자에 대한 선출안이 회부된지 7개월 동안 국회가 실질적으로 새 후보자를 찾고 검증하는 절차를 진행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해보면 국회는 공석이 된 조 전 재판관의 후임자를 선출함에 있어 준수해야 할 ‘상당한 기간’을 정당한 사유 없이 경과함으로써, 공석인 재판관의 후임자를 선출해야 할 헌법상 작위의무 이행을 지체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국회가 2012년 9월19일 조 전 재판관의 후임자를 비롯한 3인의 재판관을 선출함으로써 작위의무 이행지체가 해소됐고, 청구인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역시 재판관 9인의 의견으로 각하결정이 선고됨으로써 9인의 재판관으로부터 판단을 받고자 했던 청구인의 주관적 목적도 달성됐다”며 “이 사건 심판청구의 권리보호이익은 소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은 다수의견과 같이 국회의 행위가 위헌임에 찬성하면서 “국회가 뒤늦게 공석인 재판관 후임자를 선출했더라도 국회의 의무 이행 지체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고, 사후에 9인의 재판관에 의한 결정이 이뤄졌다고 해서 한번 침해된 기본권이 원상회복되는 것이 아니다”며 오 변호사의 심판 청구에 대해 인용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박 소장 등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국회의 부작위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하더라도 이는 국회의 위헌적인 작위의무 이행지체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확인하는 것일 뿐, 부작위가 계속됐던 기간 동안 이뤄진 헌법재판의 심리 및 결정의 효력은 어떤 영향도 없다”고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2011년 12월 대기환경보전법 46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뒤 심판이 계속되던 중 임기만료로 퇴임한 조 전 재판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고 공석상태가 계속되고 있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며 2012년 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한편, 오 변호사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은 2013년 11월 재판관 9인의 의견으로 각하결정을 받았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사진제공=헌법재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