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친인척으로는 처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친형 병일씨가 9시간 가까운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병일씨는 11일 오후 3시쯤 특별수사팀이 있는 인천지검 청사에 도착해 조사를 받기 시작한 뒤 이날 오후 11시50분쯤 귀가했다. 귀가 전 혐의를 인정하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병일씨는 입을 굳게 다물고 서둘러 검찰 청사를 빠져나갔다.
유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이날 병일씨를 상대로 청해진해운 측으로부터 고정적인 급여를 받게 된 경위와 경영개입 정도, 세월호 증개톤 및 운항에 개입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 회장 일가가 이끄는 기독복음침례회의 본원인 '금수원'과 나머지 계열사와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비중을 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일씨는 청해진해운 측으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매월 300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경영에도 일부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청해진해운의 법인등기부 등본 상에는 이름이 없지만 청해진해운 내부 문건에는 병일씨가 회사의 일원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병일씨가 과거 금수원 대표를 지낸 전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금수원은 종교단체로 알려져 있으나 방대한 부동산을 보유하면서 세모그룹 계열사들이 증자할 때 담보를 제공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피조사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탤런트 전양자씨(72·본명 김경숙) 역시 현재 금수원 대표를 맡고 있다.
이날 병일씨에 앞서 소환조사를 받은 채규정 전 전북 행정부지사 역시 자정을 지나 12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채 전 부지사가 유 회장 일가 계열사인 온지구 대표를 맡아 회삿돈을 동원해 유 회장에게 비자금을 몰아준 반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사항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또 채 전 부지사가 군 출신에 오랜 행정관료와 정계생활을 해 온 것에 주목하고 유 회장의 정관계 로비 통로로 움직였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 전 부지사는 이번 유 회장 일가 비리사건 수사에서 검찰에 소환된 첫 정관계 인사다. 그는 육사 25기로 군 출신이지만 상대적으로 일찍 전역해 1982년 충남 예산군수로 관료가 됐다.
이후 행정자치부 지역정책과 과장, 전북 정읍시장, 익산시 부시장을 거쳐 2001년 3월 전북 행정부지사로 취임했다. 2002년 7월부터 4년간은 익산시장을 재역임했다. 그는 민주당과 무소속, 열린우리당으로 소속을 옮겨가며 지자체장 선거에 출마해왔다.
검찰은 병일씨와 채 전 부지사, 전씨에 대한 조사결과를 종합해 이들 세명을 재소환해 조사할 지 아니면 곧바로 사법처리할지 등을 곧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유 회장의 장남이자 세모그룹의 핵심 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 최대주주인 대균씨를 12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대균씨는 미국 시민권자로 알려진 차남 혁기씨와는 달리 국내에 주로 머물면서 세모그룹 계열사를 관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소환에 불응하고 현재 미국에서 칩거 중인 차남 혁기씨와 유 회장의 비서출신으로 최측근인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를 바짝 추적하는 한편 이번주 중 유 회장을 직접 소환조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