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드라이버) 한은 총재의 고민

입력 : 2009-03-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춘호소장] 이번달 금통위의 정책금리 결정을 앞두고 지금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이 많을 것이다. 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대한 시장전문가들의 컨센서스는 대략 ‘25bp인하아니면 동결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전문가의 컨센서스가 시장이 요구하는 해답(적정 인하폭)일까?
 
그렇지 못하다. 얼마나 내려야 적당한 것인가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에 대한 컨센서스가 아니고 단순히 금통위가 얼마정도 내릴 것이라는 추측치의 컨센서스이기 때문에 시장전문가들의 컨센서스는 한은 총재의 고민을 덜어주지 못한다.
 
시장전문가들이 이번 금통위의 금리 결정이 어쩌면 동결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섞인 추측을 하는 이유는 환율 때문이다. 왜냐하면 환율이 자꾸 오르니 금통위가 금리를 낮추면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더 심해져 환율이 더욱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할 것이라고 추측되기 때문이다.
 
 금통위가 금리 동결의 유혹을 받을만하다. 대신에 직접 통화량 공급을 늘이는 정책을 하면 되니까. 그러나 만약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환율부담 때문에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정말로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것이다. 현재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는 이유는 금융리스크 때문이지 한국의 금리가 낮아서가 아니다. 한국의 금리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지적하는 국내 은행들이 안고 있는 리스크 요인은 3가지이다. 첫째는 미국은행 국유화 리스크이고, 둘째는 파생상품(통화옵션) 리스크, 셋째는 대출부실 리스크다. 그런데 따져보면 3가지 리스크가 모두 리스크만은 아니다.
 
첫번째로, 미국 은행 국유화는 주주에게는 리스크이지만 예금자나 채권자에게는 호재이다. 국내은행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미국 정부가 책임지니 리스크가 오히려 줄어든 것 아닌가? 두번째인 통화옵션 리스크는 수출업체에게 판매한 환리스크 헷지 상품인 통화옵션 (KIKO)의 손실이 너무 커져서 파산위험에 처한 것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통화옵션 손실 때문에 파산 선언한 회사의 환리스크손실을 출자 전환시켜 주어서 앞으로 발생하게 되는 손실을 판매한 은행이 떠안게 되었다. 그래도 그 규모가 은행의 디폴트 리스크로 연결될 정도로 크지는 않다.
 
문제는 세번째인 대출 부실화 리스크다. 수십 조원 규모의 건설사, 조선사, 해운사 대출금중 일부가 부실화된 것이 문제이지만 이보다 더더욱 큰 것은 주택담보 대출금이다. 300조원의 대출금이 부실화된다면, 그야말로 핵폭탄이다.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이 은행의 신용리스크를 낮추는 것이다. 주택대출 부실화를 막아야 한다. 대출금리를 낮추어서 주택시장의 붕괴를 사전에 방어해야 한다. 주택시장이 경기방어의 최전선이다. 금리동결의 유혹에 빠지면 안된다. 금리도 계속 내리고 양적 공급정책도 펴야 한다. 그래야 은행의 신용리스크가 줄어들고 그래서 환율도 안정된다.
 
만약 이번에 금리를 동결한다면 중앙은행의 정책대응 의지가 의심받게 되고 주식시장은 크게 실망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금통위는 정말로 실수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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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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