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중국이 아시아의 강자로 부상한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10여년 전부터 '대국굴기'를 외치며 전세계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부문에 두루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일부터 이틀 간의 일정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아시아 상호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이하 아시아 신뢰회의)'의 네 번째 정상회담도 중국이 대국의 면모를 과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2년 국제 안보 관련 다자간 포럼으로 시작된 아시아 신뢰회의는 올해부터 신규 회원국으로 참여한 카타르를 포함 25개 국가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는 그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중국이 의장국을 맡으면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실제로 올해의 정상회담은 아시아 신뢰회의 설립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직접 나서 기조 연설을 할 정도로 회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등 중앙아시아 10개국 정상들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 기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점에서도 중국의 노력을 읽을 수 있다.
◇20일 시진핑 주석(사진 위쪽)은 아시아 신뢰회의 참석 차 중국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로이터통신)
환구시보 등 중국 주요 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21일 예정된 기조 연설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아시아 국가들이 먼저 나서 공동의 노력을 펼치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또 회의 후 '상하이코뮈니케'를 채택해 아시아 뿐 아니라 전세계가 직면한 안보 문제를 인식하고 공동의 대응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지역 안보협의체를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청궈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지난 19일 내외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각국의 지지아래 아시아 역사상 가장 의미있는 회의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한 점 역시 중국 정부의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다만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안보 협의체를 거론한다는 점은 묘한 느낌을 준다.
더욱이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 서방 국가들과 관계가 비교적 소원한 국가들이 주축이 되어 관련 구상을 한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이들의 만남을 두고 블룸버그 등 서구 언론들은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시대가 다시 온 것같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중국 언론은 "이란 핵문제, 한반도 비핵화, 시리아 사태, 이스라엘·팔렌스타인 충돌 등 다양한 국제 현안이 모두 아시아의 지역 안보와 직결돼 있다"며 과도한 의미 부여에는 선을 그었지만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는 사실에는 내심 자부심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