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혁의 스포츠에세이)축구대표팀, 16강보다 감동이 우선

입력 : 2014-06-03 오후 2:14:18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브라질월드컵 개막이 10일 남았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열리는 20번째 월드컵이다.
 
H조에 속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6월18일(한국시간) 러시아와 첫 경기를 펼친다. 많은 팬과 축구 관계자들이 16강 진출을 위한 승부처로 꼽는 경기다.
 
이어 23일 알제리, 27일 벨기에와의 경기가 이어진다. 
 
◇지난달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의 브라질월드컵 출정식. (사진=로이터통신)
 
대표팀은 현재 미국 마이애미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오는 10일 가나와 마지막 평가전을 앞두고 전력 극대화에 한창이다.
 
지난달 28일 대표팀의 튀니지전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기성용은 시작부터 왼손 경례로 논란을 일으켰다. 박주영과 윤석영은 관심을 한몸에 받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경기 다음날 홍명보 감독은 갑작스레 김진수를 빼고 박주호를 투입했다. 일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다음날인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박주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어쩌면 이번 월드컵 대표팀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은 한국 축구 역사에서 '대표팀'이 갖는 의미를 바꿔놓을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선수 구성부터 예전과 분위기가 다르다. 대부분의 선수가 해외에서 뛰고 있다. 역대 대표팀 중 가장 많은 해외리그 소속 선수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주축 선수들은 유럽에서 뛰고 있다. 손흥민, 이청용, 기성용, 구자철, 김보경, 지동원, 박주영, 박주호, 윤석영, 홍정호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곧 K리그를 대표하던 시대가 지났다. 눈앞에 자주 보이던 선수들이 붉은 유니폼을 입던 모습이 사라졌다.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두드러질 것이다. 이미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드러났다.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선수들 사이에 벽이 존재했다. 물론 그 벽의 첫째는 경험에서 오는 자신감이었다. 기량 자체를 떠나 갖고 있는 것들을 얼마나 긴장하지 않고 풀어내느냐의 차이가 가장 컸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 또한 "K리그 선수들과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가장 큰 차이는 기량보다는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그 차이는 지난 1월 미국 전지훈련에서 명확히 입증됐다. 대표팀은 지난 1월13일부터 2월2일까지 브라질과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시즌 중이라 K리그와 J리그 소속 선수들이 중심으로 참가했다.
 
이 훈련에서 대표팀은 코스타리카(1-0승) 멕시코(0-4패) 미국(0-2패)과 경기를 펼쳐 1승2패를 거뒀다. 경기 내용 또한 1골 6실점으로 초라했다. 이후 대표팀의 행보를 보면서 "사실상 이 훈련은 의미가 없었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과도기다. 세계 축구의 흐름이 유럽에 쏠린 상황에서 한국 대표팀도 그런 흐름을 거스를 수 없게 됐다. "K리거를 왜 뽑지 않느냐"는 주장에 홍명보 감독은 지난 미국 전지훈련에서 결과로 답했다.
 
반면 이 때문에 선배 선수들이 무겁게 여기던 대표팀의 가치가 가벼워진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튀니지전을 중계한 안정환 MBC해설위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저는 선수 시절 탈진할 때까지 뛰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소속팀 유니폼이 곧 대표팀 유니폼으로 직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기성용의 왼손 경례 논란과 함께 튀니지전 막판 나온 김보경과 팀 내 최고 선임자인 곽태휘가 설전을 벌이는 모습도 오점이었다. 프리킥 이후 무언가 약속된 대로 이뤄지지 않은듯했다.
 
후배 김보경이 무조건 곽태휘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는 게 아니다. 과연 김보경의 주장이 대표팀 전체를 위한 의견 제시였는지 혹은 무언가 자신이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비롯된 욕심은 아니었는지 의문이다. 이날 김보경의 플레이는 소속팀에서 팀을 위해 뛰던 모습과 달리 무언가 눈길을 끌어야 한다는 의중이 엿보였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의 모습. (사진=로이터통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팀 속에서 구성원의 일부로 뛰는 것인지 그저 자신들의 더 큰 클럽 이적을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고 브라질에 들어가는지 묻고 싶다. 후자였으면 좋겠으며 아직까진 그렇다고 믿는다.
 
많은 이들이 대표팀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가 예전 같지 않다고 푸념한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대표팀을 바라보는 이런 시선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주목된다.
 
분명한 건 16강 진출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을 위한 16강이며 그 속에 감동이 있는지 없는지는 팬들이 먼저 간파할 것이다.
 
최근 나라 분위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월드컵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는 조용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팀의 공식 응원단인 붉은악마는 서울광장을 벗어난 다른 장소에서의 거리 응원을 물색 중이다.
 
축구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어쩌면 성적보다 가슴 뜨거운 감동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머리에 붕대를 감으면서까지 뛰었던 과거 대표 선수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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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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