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정기종기자] 연인 또는 가족들과 큰 맘 먹고 찾은 놀이공원. 들뜬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놀이기구 앞 긴 대기 행렬을 보면 진이 빠진다. 인기 있는 놀이기구의 경우 길게는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
이런 때 '누군가 대기시간 좀 알려줬음 좋겠다. 시간 맞춰서 오게'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런 일이 삼성에버랜드에서는 현실이 됐다.
◇에버랜드, 이달까지 기어핏 무료 제공
에버랜드가 이달까지 제공하는 'Smart 에버랜드 in 기어핏 서비스'는 현장 방문뿐 아니라 미리 에버랜드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예약이 가능하다.
홈페이지 접속 후 '예약&예매-Smart 에버랜드 in 기어핏-휴대폰 종류, 이용 날짜, 이용자 정보 입력'등의 순서대로 하면 된다.
◇인터넷 통해 기어핏 서비스 예약이 가능하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원내 다양한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에버랜드 입장 후 타워포토에 가서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면 간단한 서류작성 후 기어핏을 받을 수 있다. 직원이 안내에 따라 기어핏과 스마트폰을 연동하고,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숙지하면 된다.
과연 대기시간을 미리 알고 타는 게 얼마나 효율적인지 알아보기 위해 2인 1조로 나눠 기어핏 착용 그룹과 비착용 그룹으로 나눠 시험해봤다.
▲범퍼카 ▲후룸라이드 ▲아마존 익스프레스 ▲콜럼버스 대탐험 ▲로스트밸리 ▲티익스프레스 등 동일한 6개의 놀이기구를 탑승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봤다.
◇'기어핏 착용 vs 기어핏 비착용'..과연 결과는?
기어핏을 착용한 그룹은 체험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탑승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동선과 대기시간을 고려해 최단시간에 목표물을 탑승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에버랜드 이용을 시작한 오전 10시45분, 비교적 가까운 범퍼카로 향했다. 오전시간이라 비교적 한산해서 그런지 대기시간은 20분가량에 불과했다.
이후 기어핏으로 다음 놀이기구를 검색해보니 줄이 가장 짧은 게 콜럼버스 대탐험이었다. 대기시간이라고 하기에 다소 민망한 3분을 기다린 후 놀이기구에 탑승했다. 기어핏을 사용 전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라는 의구심을 깨는 순간이었다.
◇후룸라이드를 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사진=뉴스토마토)
그 다음 38분 동안 기다린 끝에 후룸라이드까지 탑승을 완료했다. 오후 12시40분까지 줄서는 스트레스 없이 오전 중 3개의 놀이기구를 무난히 탄 셈이다.
'에버랜드의 꽃'으로 불리는 티익스프레스를 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주말에 붐비는 것을 막기 위해 에버랜드는 오후 3시까지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오후 12시에 티익스프레스를 찾아 오후 1시로 예약을 마쳤다. 시간 맞춰 오니 입장 15분만에 탑승할 수 있었다.
티익스프레스에서 내리자 햇빛이 무척 뜨거웠다 .이를 피하기 위해 곧바로 시원한 물가를 찾았다. 기어핏으로 검색해보니 아마존 익스프레스 대기시간이 22분으로 확인됐다.
6개의 놀이기구 중 하나만 남겨두고 오후 2시쯤 느긋하게 점심을 즐겼다. 막간의 휴식 취한 뒤 오후 3시 무렵 로스트밸리가 있는 주토피아로 이동했다. 흔히 볼 수 없는 동물들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하지만 여러대의 차량을 이용한만큼 32분의 대기시간 후 차량에 탑승할 수 있었다.
놀이공원 이용시작 전 앱을 통해 효율적인 동선 구성과 대기시간 최소화로 정해진 6개의 탑승물을 모두 마친 시간은 오후 3시45분이었다.
이에 반해 기어핏을 착용하지 않은 그룹은 철저히 동선의 편의성을 고려했다.
10시45분 에버랜드에 입장해 가장 멀리 있는 로스트밸리로 향했다. 더운 날씨를 고려해 입구에서 로스트밸리까지 걸어가지 않고 케이블카인 '휴먼스카이'를 타고 이동했다.
로스트밸리에 도착한 시간은 11시14분. 실제 기다린 시간은 72분을 기다렸다. 구름이 끼긴 했지만 더운 땡볕 아래서 1시간 넘게 기약 없는 긴 줄을 서는 것은 고통이었다. 체감하기에 72분 이상을 더 기다린 것 같았다.
에버랜드에 와서 단 한 곳을 봤을 뿐인데 벌써 12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체력이 약한 데다 평소 운동을 안한 사람은 벌써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12시41분 로스트밸리에서 티익스프레스를 예약하러 갔다. 2~2시50분 사이에 오면 바로 입장할 수 있다고 했다. 예약을 마친 후 점심을 먹고 약간의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나서 2시20분에 티익스프레스로 향했다. 예약제 덕에 채 10분도 기다리지 않고 탑승할 수 있었다.
◇티익스프레스를 타기 전, 대기하고 있는 중 기어핏을 통해 심박동을 체크했더니 106이 나왔다.(사진=뉴스토마토)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티익스프레스를 타기 전 무서워하는 사람에게 기어핏을 통해 심박동을 체크해봤다. 평소 74이던 심박이 106까지 올라갔다. 무서워하는 게 괜한 엄살은 아니었다.
티익스프레스를 타고 나서 담담한 척 하는 사람의 심박도 확인해봤다. 역시 104까지 올라갔다. 기기는 거짓말을 못한다. 친구들 여러명이서 놀러갔을 때 누구의 심장이 가장 빨리 뛰는지 확인해서 아이스크림 내기를 하는 등, 놀이의 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시22분에는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타러 갔다. 여러대의 기구가 운영되는 만큼 대기 시간은 20분으로 다소 짧았다.
범퍼카와 후룸라이드는 대기 시간이 각각 50분이었으며, 콜롬버스 대탐험은 5분을 기다렸다. 6개의 놀이기구를 모두 타고 나니 6시10분었다.
이처럼 기어핏으로 미리 대기 시간을 파악하고 움직인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한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기어핏 착용 그룹이 6개 놀이기구를 탑승하는 데 걸린 시간이 5시간이 걸렸지만, 그렇지 않은 그룹은 7시간25분이 걸렸다. 기어핏 착용 그룹이 좀 더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시간 확인에 결제까지 'OK'..풀어야 할 숙제도
기어핏으로는 대기시간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결제 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기어핏에 충전한 에버코인으로 식음료나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점은 확실히 편했다. 현금이나 신용카드가 필요없기 때문에 몸에 지니고 다닐 필요도 없고 놀이기구를 타면서 지갑을 분실할 염려가 없다.
아직 시범 운영인 만큼 아쉬운 점도 보인다. 몇몇 간이매점에서는 코인으로 결제가 불가능한 곳도 있었다.
보통 코인으로 결제할 때 기어핏을 보여주면 이를 기기를 통해 인식하면 되지만, 일부에서는 이 시스템이 없어 직원이 수기로 일일이 숫자를 눌러야해 불편함도 있었다.
◇에버랜드 내에서 구입하는 모든 상품을 미리 충전한 에버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어 공원 이용 중 지갑을 꺼낼 일이 없었다.(사진=뉴스토마토)
이런 일도 있었다. 코인에 1만5000원이 남아서 이를 이용해 기념품을 사려고 하는데 제품 가격이 1만5100원이었다. 그래서 코인에 있는 1만5000원을 다 사용하고, 현금 100원을 내려고 했으나 그렇게는 결제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마음에 드는 기념품 대신 다른 제품을 사거나, 코인을 입구에 가서 현금으로 바꾼 후 사는 방법을 택해야만 했다.
아울러 실시간으로 놀이기구의 대기시간이 최신화 되지만 상황에 따라 현장과 기어핏의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후룸라이드 실제 대기시간이 38분이었는데, 기어핏에는 20분으로, 현장 게시판에는 40분으로 나와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이와 더불어 화면이 작은 기어핏보다 대화면으로 화장실·의무실·식당·흡연공간 등 여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어핏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때문에 기어핏의 독자적인 역할이 없다면 굳이 스마트폰과 연동할 요인은 부족해 보인다.
놀이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짧은 시간이 최대한 많은 놀이기구를 타는 게 목표는 아닐거다. 하지만 효율적인 시간 활용과 편의성은 분명히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스마트폰 앱과 기어핏을 활용하면 좀 더 스마트한 휴일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