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어희재기자] 지난 3일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는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될 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증권가는 삼성 지주사 전환은 중장기적 이슈이며 이익 개선이 뚜렷한 여타 지주사에도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 삼성에버랜드 상장 추진..지배구조 개편 급물살
증권가는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에 대해 향후 그룹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과 계열사와의 합병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기업가치 산정과 합병, 분할 작업에 있어서 상장사가 비상장사에 비해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을 통해 삼성 오너일가의 지분이 많은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가능한 높이는 것이 향후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삼성생명 지주사 등과 합병할 때 합병비율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지주사 관련 조세 특례 제한법 시한이 내년 말이라는 것과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배경을 고려할 때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이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가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향후 사업회사의 배당성향이 높아져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지주회사 전환 이슈가 단기보다는 중장기적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 봤다.
신흥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상속 관련 변화, 유사사업 부문 정리, 출자 구조 단순화 등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상속 관련 변화에서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증여를 통한 효과적인 지분 이동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삼성 효과로 지주사도 '들썩'
삼성그룹에서 시작된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는 SK그룹과 현대그룹 등 대형 지주사와 대상홀딩스, 일진홀딩스 등 중소형 지주사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 현대차 내에서 뚜렷한 움직임은 없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4월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이 출범한 것이 3세 승계 작업의 시발점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는 향후 비상장 계열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될 경우 상당한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며 상장사인
현대건설(000720)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 상장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이와 함께 SK그룹 내의 두 개의 지주회사
SK(003600)와
SK C&C(034730)의 합병 가능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3월 SK가 8년 만에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SK C&C와 합병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SK그룹 측에서는 합병설을 부인한 바 있었다. 그러나 삼성 그룹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를 통해 SK그룹 내의 두 개의 지주회사를 1개로 합병해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SK C&C는 지난 금요일 종가 대비 이번 한 주 동안 6.3% 상승했으며 SK 역시 합병 기대감에 2.17% 상승했다.
◇ 증권가 “이익 개선·저평가 지주사 주목”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이슈로 시장에서는 중소형 지주사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이익 개선이 전망되고, 저평가된 지주사로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하고 있다.
이상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의 주가는 개별적인 주력 자회사들의 주가 흐름과 함께 비상장 자회사들의 모멘텀을 함께 주목해야 한다”며 “2분기 역시 비상장 자회사와 자체 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 여부가 지주회사의 주가 방향성에 결정적인 열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지주사 내 최선호주로
두산(000150)에 주목한다”며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와 함께 전자 비즈니스 그룹 중심의 자체 사업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며,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주 친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제공=하나대투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