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의협, 의료민영화 대정부 전선 구축

입력 : 2014-06-13 오전 10:40:51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노환규 전 회장에 대한 사상 최초의 불신임안이 가결되면서 내분에 휩싸인 의협은 회장 보궐선거를 통해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각오다. 아직 조직이 채 재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이전 의협과의 협의를 깨고 강공 드라이브를 걸면서 다급하게 대응전선을 꾸리는 모양새다.
 
의협은 13일 "의료계의 반대와 우려에도 외국인 환자 유치, 숙박업(메디텔), 여행업 등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국민건강에 '위험한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한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1일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에 외국인 환자 유치 등을 신설하고, 부대사업 목적의 영리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복지부는 다음달 22일까지 입법예고 기간 중 국민과 각 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우선 의협은 의료법 개정이 아닌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의료관광호텔의 부대시설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위임입법이 가능한 허용범위에 포함될 수 없는 사항을 재량권을 지나치게 일탈해 정부 해석만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국회의 입법기능 등 정책결정 과정을 배제한 것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초기 논의 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 중 임대업 대상에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하는 방안을 포함했다"며 "의료인 단체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자 메디텔 내에만 의원급 의료기관 임대를 가능하게 하는 소위 '눈 가리고 아웅'식의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의협은 의료법인의 새로운 부대사업 확대로 동네의원이 현재보다 더 어려운 경영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네트워크 병·의원이나 대형병원들이 앞다퉈 의료관광호텔(메디텔)을 지으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병·의원이나 동네의원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대형병원 쏠림현상 심화로 1차 의료의 고사를 가져올 수 있다"며 "입원이 필요 없는 외래환자를 위한 숙박시설이나 대기실로 전락하는 등 역효과가 우려되므로 의료관광호텔 도입 자체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관광호텔의 부대시설로 의원급 의료기관 임대를 허용하면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보다 수익성이 높은 성형, 피부, 검진 등의 서비스에 집중하는 환자유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또 의사의 면허를 대여한 후 의원급 의료기관을 임대해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의료법인과 영리 자법인이 분리되도록 제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부의 주장도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의협은 "현재 민간 의료기관이 9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대량자본이 투하되고, 영리추구가 장려되는 순간 의료기관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집중하기 마련"이라며 "의료공공성이 훼손되고 의료민영화, 의료영리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병원 경영난의 근본 원인인 원가 이하의 낮은 건강보험수가, 손실보전을 위해 동원했던 비급여진료 축소, 대통령 공약사항인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문제가 제기되자 이에 대한 보전 차원으로 의료법인 부대사업을 확대하는 편법적인 방법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복지부는 보건의료단체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해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의협은 제도 도입에 합의한 적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의견 수렴 시 제도 도입의 문제점과 원천 반대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협은 제38대 회장 보궐선거를 위해 지난 2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우편투표를, 17일부터 18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보궐선거에는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 추무진 경기도 용인시의사회장,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등 3명이 출마했다. 유력 주자는 박종훈 교수다. 이들 출마자 모두 환자와 의사 간 원격의료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선거 이후에도 복지부와의 대립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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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