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주요 20개국(G20)이 합의한 '보호주의 배격'이 말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의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G20 중 17개국이 보호주의 장벽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이날 성명을 통해 "G20 정상들은 무역과 경기부양, 구제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보호주의 고착화에 대한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주의로 인한 경제 고립은 지난 1930년대 대공황처럼 매우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 위기가 심화되던 지난해 11월, G20 정상들은 워싱턴에 모여 향후 1년간 새로운 무역 규제를 만들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G20 중 17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총 47개에 이르는 새로운 무역 규제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G20 가운데 무역장벽을 높이지 않은 곳은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개국에 불과했다.
선진국들이 자국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주력한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관세 장벽을 높이고 수입 봉쇄 조치를 강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가 중고차 관세를 인상하고 에콰도르가 600여 품목 이상에 관세를 올리는 등 관세 인상이 전체 규제 강화의 33% 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선진국들의 보조급 지급은 자국 자동차업계에 집중돼 427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자동차업계의 보조금이 총 48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소위 '빅3'의 부실로 자동차업계가 붕괴 위험에 놓인 미국은 174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은 "비록 새로운 무역 규제의 영향은 아직 미미하지만 국제 무역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전후 처음으로 세계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며 “전세계 교역량도 8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다음달 런던에서 열릴 예정인 G20 정상회담에서 해당국들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새로운 무역 규제와 보조금에 대한 내용을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