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지분매각 없던일로..신뢰에 '타격'

독자노선 천명..기대심리 시장 매물로 주가 급락

입력 : 2014-07-03 오후 5:31:19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셀트리온(068270)이 당초 방침을 뒤집고 지분 매각을 없던 일로 돌리면서 시장의 혼란만 커졌다. 동시에 보유지분 전량 매각이라는 폭탄선언을 한 서정진 회장과 셀트리온에 대한 불신은 심화됐다. 
 
3일 장 시작과 동시에 셀트리온 주가는 전날보다 6.38% 급락한 4만40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한때 7.87%까지 주가가 떨어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충격이 완화돼 전날보다 1900원(4.04%) 떨어진 4만5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를 주도해 셀트리온에 대한 시장의 불신 깊이를 가늠케 했다.
 
이는 전날 장 마감 이후 터져나온 공시 때문이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 2일 오후 "JP모건과 주관사 계약을 체결한 이후 보유하고 있는 당사 지분에 대한 매각 검토를 진행했다"며 "매수 희망자를 중심으로 지속해서 매각 제안을 검토했으나, 투자자들의 제안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지분 매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서정진 회장이 지난해 4월16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받으면 보유 중인 모든 지분을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 없던 일이 된 것이다. 
 
서 회장의 폭탄선언이 있은 직후 셀트리온 주가는 루머 하나에도 요동치며 급등락을 반복했다. 램시마가 유럽에 성공적으로 첫 발을 내딛은 만큼 유럽에 소재를 둔 세계 10위권의 다국적 제약사 몇 곳이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됐다.
 
이후 서 회장 보유지분 전량 매각에서, 부분 매각으로, 다시 경영권 이양 없는 지분투자 참여로 수차례 매각 방향이 틀어졌고, 이때마다 시장은 혼선에 혼선을 거듭해야만 했다. 투기를 경계한 서 회장의 말이 되레 인수합병에 대한 차익을 노린 기대심리를 부추겨 투기를 불러왔고, 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로 이어졌다.
 
자충수는 끝내 부메랑이 돼 서 회장과 셀트리온을 옥좼다. 서 회장은 당시 지분 매각의 이유로 공매도 세력의 인위적인 주가 조정으로 연구개발에 전력해야 할 자금이 주가 방어에 소진됐다며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개입을 주장했다.
 
이른바 문제아로 찍히는 순간이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10월8일 주가조작 혐의로 서 회장 등 주요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고, 엿새 후인 14일 서울중앙지검은 서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시장의 의혹에도 불구하고 램시마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직후여서 안타까움은 더 컸다.
 
당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성과와 그간의 노력이 서 회장 말 한마디로 모두 무너져 내렸다"며 "금융당국에서는 서 회장의 발언을 수뇌부를 곤란케 한 괘씸죄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혐의내용은 올해 5월15일 서울중앙지검의 약식기소로 종결됐지만 이 과정에서 서 회장과 셀트리온이 감내해야 할 아픔은 컸다. 특히 서 회장과 회사를 향한 시장의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제약 및 바이오 산업에 대한 눈초리도 곱지 않게 바뀌었다. 리베이트와 황우석 사태로 수차례 곤혹을 치른 해당 산업으로서는 이겨내기 힘든 악재였다.  
 
한편 셀트리온은 이번 지분 매각 중단 방침과 함께 해외 판매망 강화의 뜻을 밝혔다. 독자노선의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그간의 논란과 사태는 일단락됐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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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