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국민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한국IB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다는 기존 방침을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은행 전산시스템(주전산기) 교체 사업을 두고 벌이는 이건호 행장 등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들간의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관계자는 4일 "이날 오전 이사회에서 IBM을 공정위에 제소하기로 한 기존 방침에 대한 법률검토 등을 진행했다"며 "바로 시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면 오늘 제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23일 사외이사들 주도로 임시이사회를 열고 IBM의 가격정책이 시장폐해를 일으킨다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IBM을 공정위에 신고키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도 사외이사들이 IBM 제소 관련 안건을 상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건호 행장 등 사내이사는 "IBM을 공정위에 신고한다 해도 은행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확실치 않다"며 이사회 결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도 이건호 행장은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이사회가 IBM 공정위 신고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이사진들간의 갈등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공정위 신고 여부에 따라 IBM이 차기 주전산기 선정 대상에 포함시키느냐도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는 지난해 11월 은행경영협의회와 올해 4월 이사회에서 은행의 기존 IBM의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전환하기로 결정 과정에서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들은 메인프레임 시스템도 새로운 주전산기 전환 사업 검토에 다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외이사들은 IBM을 공정위에 제소키로 하면서 메인프레임을 주전산시스템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
국민은행은 경영진과 이사회 갈등으로 전산교체 작업이 두달 여간 중단된 상태다. 이르면 오늘이라도 국민은행이 IBM을 공정위에 신고를 접수하면 차기 전산시스템 선정에서 IBM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내부 관계자는 "차기 전산시스템 선정은 금감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시 보류돼 있으며, 이날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에 신고한 IBM을 차기 전산시스템 대상에 다시 포함시키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은행 노조도 이사회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 국민은행 지부는 "사외이사들이 은행 조직을 생각하지 않고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본인들의 입장만 관철시키려한다"며 반대 입장이다.
당초 이날 이사회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기로 했으나 노조가 이사진들의 출입을 저지하면서 이사회 장소를 인근 모처로 자리를 옮기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주전산기의 기종 선택은 은행이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전산교체 관련 내부갈등의 책임 유무만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KB금융(105560)의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은 전산교체와 관련한 내부통제 부실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통보받았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IBM 공정위 신고에 따른 조사 결과가 금감원 제재심 절차를 밝고 있는 KB 수뇌부의 최종 징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하고 있다.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사진제공=국민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