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유병언 부자' 구속영장 재청구 검토..왜 못잡나?

유씨 등 세월호 사고 직후 이미 도피..초동조치 늦어
구원파 적극 비호..전국 은거 가능한 곳만 수천여곳

입력 : 2014-07-13 오후 8:53:14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이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 회장인 유병언씨(73·지명수배)와 장남 대균씨(43·지명수배)를 추적한지 오늘(13일)로 52일째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 검사)은 구속영장 효력기간이 만료되는 22일까지 검거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경찰은 물론 해군 등 군의 협조까지 받으며 유 씨 부자를 추적하면서 검찰은 검사 15명을 포함해 총 110여명을 투입했고, 경찰은 총 2600여명이 추적 중이다. 해경에서는 함정 60여척을 비롯해 2100여명이 검문에 나서고 있다.
 
이 외에도 해군을 비롯한 군 인력도 상당수 투입돼 유씨 부자의 행적을 쫓고 있으며 전국적으로는 임시반상회를 한차례 열어 유씨 부자에 대한 신고 협조를 촉구했다.
 
검경은 그동안 구원파 주요 신도들을 중심으로 이들의 휴대전화 1000여대에 대한 통신추적을 실시하고, 구원파가 운영 중인 영농조합 계열사 등 구원파 관련토지 4500여곳과 지상건물을 중심으로 탐문수색을 벌여왔다.
 
현재까지 검경은 유씨의 처 권윤자씨와 형제 등 최측근 59명을 입건해 이 가운데 25명을 구속했으며 그 중 유씨 부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38명을 체포해 13명을 구속했다. 이와 함께 유씨 부자가 타고 도주 중인 혐의차량을 전국적으로 수배해 집중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투입되는 인력과 물량에 비해 성과는 다소 초라하다. 유씨를 직접적으로 지근거리에서 추적한 것은 지난 5월24일 전남 순천의 송치재 별장에서의 추적이 사실상 유일한 상황이다.
 
검거가 지지부진한 데에는 검찰의 초동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4월17일과 18일 유 회장 일가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했고 장남 대균씨가 이튿날인 19일 프랑스로 출국을 시도하려다가 좌절됐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 일가는 당일 핵심 측근들과 금수원에 모여 대책회의를 연뒤 그 자리에서 도피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대균씨로, 19일 밤이나 20일 새벽에 도피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유씨 역시 비슷한 시기에 짐을 모두 꾸리고 차량을 준비하는 등 대비하고 있다가 한 언론사의 기자가 금수원측에 압수수색을 받았으냐는 문의를 해왔다는 소식을 구원파 신도로부터 접하고 4월23일 새벽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다만, 당시 문의를 한 기자가 사전에 금수원 압수수색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고 상황 전개에 따라 압수수색 가능성이 높아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도주 이후 검찰의 소환 통보 등에 대해 '출석하겠다', '손해배상을 위해 재산을 환원하겠다'는 등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수사망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열흘쯤 뒤인 지난 5월12일 대균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22일에서야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유씨 부자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인천지검에 유씨 부자 검거전담팀이 꾸려진 때도 지난 6월3일로 유씨 부자가 도주를 시작한 지 여러 날이 지난 후이다.
 
초동대응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검찰은 사건 초기 유 씨를 비롯한 측근의 신병을 직접적으로 확보하기에는 법적으로 난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한 검찰 관게자는 "유씨 일가의 신병을 확보하려면 세월호와 유 씨 일가의 직접적인 법적 연계성, 즉 세월호 사고발생과 유씨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인과관계성이 확보가 되어야만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사고와의 연결 가능성에 대한 심증이 있더라도 범죄의 소명이 되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법리적인 연결고리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세월호와의 직접적 연관성 말고도 계열사에 대한 횡령이나 배임, 탈세 등의 혐의가 있었더라도 체포나 구속이 가능할 정도로 수사가 진행되기에는 물리적으로 쉽지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섣불리 체포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그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고 법원에서 소명 부족 등으로 영장청구가 기각될 경우 유씨 등이 조기에 밀항 등을 통해 완전히 숨어버리거나 구원파들을 중심으로 한 증거인멸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유 씨 부자의 도피를 전국망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돕고 있는 구원파의 방해도 추적에 방해가 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추적이 더딘 이유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인적장애와 물적장애 두 가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인적장애로 우선 수만명의 신도가 유 씨 부자의 도피를 적극 비호하고 검거된 도피조력자들도 유 씨 부자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절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둘째로는 전국 수만명의 신도집을 포함해 영농조합 계열사 등 숨을 곳이 산재해 수천 곳에 달한다"며 "여러 애로사항이 있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현재 추적 초기 중점 수색대상이었던 전남 순천과 해남, 전북 전주, 금수원이 있는 경기 안성에서 추적망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유씨 부자가 도피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수 곳을 대상으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모든 가용인력을 총 동원해 구원파 신도들과 유씨의 친인척 등 모든 주변인물들의 주거지, 시설, 차량 등에 대한 수사를 집중해 오는 22일까지 유씨 부자의 검거를 목표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주 중인 유병언씨 부자. 왼쪽이 유병언씨, 오른쪽이 장남 대균씨(사진제공=인천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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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