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로 유명한 니콘이 1년 반만에 미러리스 카메라를 내놨다. 니콘의 미러리스 제품은 어떨지 사뭇 설레는 마음으로 일주일 동안 카메라를 사용해봤다.
◇외부가 알루미늄 소재로 이뤄진 니콘 1 J4는 깔끔한 느낌을 준다. (사진=니콘이미징코리아)
미러리스 카메라인데 마치 콤팩트 카메라처럼 작다. 작은 크기 덕에 무게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 본체 기준으로 무게는 192g이며 크기는 99.5x60x28.5mm이다. 다만, 렌즈가 바디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 나와 있기 때문에 돌출부를 포함하면 다소 부피감이 있다.
이는 바디가 워낙 얇아서 생기는 상대적인 체감도로, 다른 미러리스 카메라에 비하면 결코 두껍지 않다. 평소 가방에 노트북·책·수첩·파우치·충전기·다이어리 등 많은 짐을 넣어 다님에도 카메라를 넣어 다니기 부담스럽지 않았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깔끔하고 시원하다. 바디 전면과 상반부 커버에 광택있는 알루미늄을 채택해 외부 마찰에도 강하고 지문이 묻지 않는다.
카메라 상부에 위치한 다이얼은 단순하다. ▲모션 스냅 모드 ▲순간 포착 캡처모드 ▲오토모드 ▲크리에이티브 모드 ▲고급 동영상 모드 이렇게 5개로 구성돼 있다.
◇상단에 위치한 다이얼은 5개 모드로 이뤄졌다.(사진=니콘이미징코리아)
오토는 기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 반면 모션스냅 기능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니콘이 다이얼에 이 모드를 포함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다 싶지만 용도가 불분명하다는 판단이다. 모션스냅 모드는 셔터를 릴리즈할 때마다 카메라는 정지화상과 약 1.6초의 동영상을 동시에 기록한다. 촬영 후 재생하면 동영상이 4초간 플레이된 후 정지화상이 나타난다.
순간 포착 캡처 모드의 경우 셔터를 한 번 누르기만 해도 피사체를 20장씩 찍어서 그 중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골라준다. 초당 10/20/30/60장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가장 잘 나온 사진 1개만 저장할지 20매 모두 저장할지 설정할 수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쉼 없이 움직이는 아이들이나 빠르게 이동하는 피사체를 쉽게 포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용해봤다. 오후 7시40분, 해가 질 무렵 길가를 뛰어다니는 강아지 사진을 찍었는데 절반 정도가 흔들리게 나왔다.
흔들림의 이유를 살펴보니, 연속 촬영 시 찍힐 때마다 셔터음이 들리지 않고 원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상태로만 나와서 몇 장째 촬영이 이뤄지고 있는지, 언제까지 들고 있어야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려워서 촬영이 끝나기도 전에 카메라를 내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크리에이티브 모드를 이용하면 LCD를 통해 상황에 맞는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사진=니콘이미징코리아)
다섯가지 모드 중 가장 즐겨 사용한 게 크리에이티브 모드다. 이 모드로 설정하면 LCD 모니터에 링이 생기는데 여기에 손을 데고 돌리면 채도·밝기, 화이트 밸런스 등이 바뀐다. 원하는 상태가 되면 셔터를 누르면 된다.
크리에이티브 촬영은 HDR, 부드러운 느낌, 파노라마, 특정 색상 살리기, 미니어쳐 효과, 토이카메라, 크로스현상 등을 지원한다. 부드러운 느낌은 블러가 다소 과해 어색한 감이 있었으며, 토이카메라는 녹색이 과한 느낌이다. HDR과 크로스현상은 사용할 만하다.
사진을 즐겨찍는 사람이라면 사진을 찍을 때마다 렌즈캡이 신경쓰일 것이다. '분명 주머니에 넣어둔 것 같은데 어디 갔지?'라며 찾기 일쑤다. J4의 경우 렌즈캡이 따로 없어 편했다. 전원을 켜면 자동으로 렌즈캡이 열리고 닫힌다.
◇전원버튼을 누르면 저절로 렌즈가 개방되고 전원을 끄면 자동으로 닫힌다.(사진=니콘이미징코리아))
또 내장 플래시가 탑재돼 있어서 어두운 곳이나 역광 촬영에 유용했다.
J4는 전작인 J2·J3와 마찬가지로 니콘 CX 포맷(13.2×8.8㎜) CMOS 이미지 센서를 적용했다. 이는 35mm 1대1 풀프레임 대비 2.7배 작다. APS-C 이미지 센서에 비해 심도나 노이즈 등을 표현함에 있어 한 단계 낮다는 뜻이다. 대신 새로운 화상 처리 엔진 EXPEED 4A와 1839만 화소의 로우패스 필터가 제거된 CMOS 센서를 탑재했다.
요즘 대부분 미러리스 카메라가 와이파이 기능을 지원한다. J4에는 와이파이가 탑재되지 않은 탓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사진을 전송할 수 없고, 스마트폰을 리모컨처럼 쓸 수도 없다. DSLR과 다르게 미러리스 유저들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는 용도로 많이 쓰기 때문에 와이파이가 없는 점은 단점이다.
◇해가 지는 오후 8시쯤 토이카메라 모드로 사진을 찍으면 오묘한 색감을 얻을 수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틸트업도 지원되지 않는다. 뷰파인더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지 않아서 미러리스 카메라가 아니라 똑딱이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대신 터치는 된다. 화면을 만지는 것만으로 셔터 조작이 가능하며, 터치한 피사체를 추적해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피사체 추적'도 가능하다.
가장 불편한 것은 마이크로 SD카드였다. 와이파이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카메라 안에 있는 사진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SD카드를 PC와 연결하는 수밖에 없다. 노트북과 규격이 맞지 않아 마이크로SD카드 리더를 따로 구비해야만 했다.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가 카메라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이는 결국 휴대성에서 이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고 해도 옷장에 고이 모셔놓기만 한다면 무슨 소용이랴. 그런 면에서 니콘 1 J4는 합격점이다.
J4는 출시 초기 10-30mm 렌즈 키트가 70만원 전후였다. 가성비 다소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40만원 중반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는 입문자들에게 적합한 제품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