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금융권에 '규제개혁'이라는 훈풍이 불고있지만 캐피털업계는 예외다. 훈풍은커녕 경기불황에 따른 실적악화, 신용등급 하락, 매각 흥행실패 등에 이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편’까지 겹쳐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실적악화와 신용등급 하락은 업계 자체적인 문제라 해도 여신전문법 개정은 규제개혁이 아니라 오히려 '규제강화'라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온다.
지난 17일 금융위원회는 리스사·할부사·신기술금융사 등 3개로 나뉜 여신전문회사를 ‘기업여신전문금융업’으로 단일화하는 입법예고안을 발표했다. 캐피탈사가 기업에 대한 여신만을 핵심업무로 담당하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캐피탈社, 기업금융에 '집중'..꼬리가 머리 흔드나
금융당국은 금융비전, 금융규제 개혁 등을 통해 카드업을 제외한 여전업에 족쇄를 풀어줬다. 여전업의 부수업무를 열거주의에서 '원칙 허용·예외금지'인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환해 신고제로 변경했다. 앞으로 여전사는 신고만으로도 새로운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법 개정'. 현재 캐피털사는 기업금융과 함께 개인대출 등 소매금융과 자동차할부와 같은 자동차 금융을 하고 있다. 현행법에는 핵심업무를 개인과 기업을 모두 포함한 리스·할부 등으로 분류하고, 오토론 등 신용대출은 비핵심업무로 분류한다.
최근 몇년간 캐피털사의 주 수입처인 자동차 할부 부문은 지금까지 핵심업무로 분류됐다. 부대업무 대출잔액이 총 여신의 50%를 넘지 않으면 소매금융 확대에도 문제가 없었다.
◇3월말 기준 캐피탈 회사별 개인신용대출 비중 (자료=한국신용평가, 각 사 업무보고서)
이번 입법예고안이 통과되면 단순히 고객이 개인(가계)냐 기업이냐에 따라 본업과 겸업으로 분류된다.
개인에 대한 자동차 금융에 주력하는 캐피털사는 핵심업무가 아니라 오히려 겸영업무에 치우친 회사가 된다는 것. 지난해 말 여전사의 자동차리스·할부, 오토론 자산 35조6000억원 중 개인 대상 비중은 67%을 감안하면 '핵심'이란 의미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당국은 회유책으로 가계 대상 자동차할부, 오토론 등에 대해 별도의 업무비중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업계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시간이 흐르면 핵심업무가 아닌 겸영업무로 분류돼 결국은 ‘기업여신전문금융업’이 비핵심업무 비율을 늘릴 수 없도록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실적·신용등급 내리막..캐피탈 매물 매력 잃어
업계 자체의 불황도 발목을 잡고있다.
업권에 따르면 총자산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당기순이익은 정체 상태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2700억원이 증가했지만 대부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조달비용 절감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자비용이 2012년에 비해 3000억원 감소한 탓이다. 금리가 오르면 수신기능이 없는 여전사의 특성상 조달금리가 다시 상승해 당기순익은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신용등급이 강등된 회사도 많다.
대기업 계열 캐피탈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가운데 두산캐피탈, KT캐피탈, 효성캐피탈, 동부캐피탈 등은 최근 신용등급 하락은 물론 전망도 부정적이다. 효성캐피탈은 A+→A, KT캐피탈은AA- →A+,동부캐피탈은 A3- →B+로 각각 신용등급이 내려갔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도 많지만 흥행면에 있어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현재
아주캐피탈(033660) , 산은캐피탈,
두산캐피탈 등이 매각절차가 진행중이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매물이 있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규제리스크가 크다보니 상대적으로 흥행몰이가 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