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내에 주민등록이 없거나 거소신고를 안 한 재외선거인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한 국민투표법 14조 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일본에 사는 A씨 등이 "국내에 주민등록이나 거소 신고를 하지 않은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한 국민투표법 해당 조항은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6명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국민투표법 해당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으로 즉시 효력이 상실될 경우 투표인명부를 작성할 수 없는 등 입법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해 내년 12월31일까지 해당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기간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게 되면 해당 조항은 그날부터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재외선거인 역시 국민투표권자에 포함된다"며 "국민투표는 선거와는 달리 국민이 직접 국가의 정치에 참여하는 절차이므로 국민투표권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인정되어야 하는 권리"라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국민투표권을 추상적 위험 내지 선거기술상의 사유로 배제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참정권을 사실상 박탈한 것과 다름없다"며 "국내에 주민등록이 안 되어 있거나 거소신고를 안 한 재외선거인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한 국민투표법 해당조항은 재외선거인인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주민등록이나 거소신고를 하지 않은 재외선거인에게 지역구국회의원 선거권과 재보궐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은 국민투표법 해당 조항은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선거권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또 재외선거권자가 선거를 실시할 때마다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을 하도록 규정한 것과 투표시 공관에 설치된 재외투표소를 직접 방문해 투표하도록 규정한 국민투표법 해당조항 역시 합리적인 방법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A씨 등은 2008년 5월 "국내에 주민등록이나 거소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국민투표권을 제한한 국민투표법 해당 조항은 재외국민의 국회의원 선거권 및 국민투표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사단법인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역시 같은 이유로 국민투표법 해당 조항들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으나 헌재는 심판청구의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사진제공=헌법재판소)